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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및 GV

오!재미동의 상영전을 통해 여러 분과 만났던 작품들의 리뷰가 모아져 있습니다.
GV에는 보통 감독님들이 오십니다. 감독과 관객이 소규모 극장에서 만나 나눈 이야기들, 시간을 담아둔 공간 입니다.
  • <10월 정기 상영전> 노 임팩트맨 리뷰
  • 다큐멘터리  |  0  |  0분  | 
  • 감독
  • 등급 전체
  • 상영일 : 2010.10.01

작품리뷰

 

주장이 지루해도 변화가 감정을 움직인다 - 그녀가 <노 임팩트 맨>의 진짜 주인공


몇 년 전 한 달 동안 맥도널드 빅맥만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생체실험 이벤트를 다큐멘터리(<수퍼사이즈 미. 2004, 모건 스펄록)>로 만든 사람이 있었다. <노 임팩트 맨, 2009, 로라 개버트 & 저스틴 셰인>도 역시 에너지 사용과 쓰레기 발생을 최대한 줄이며 실험적으로 생활하는 일종의 이벤트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것이다. 그것도 거대도시 한복판 뉴욕에서, 그것도 장장 일 년씩이나.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수퍼사이즈 미>를 볼 때, 누군가 나에게 저런 실험을 제안한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 빅맥이 아니라 버거킹 와퍼로, 콜라가 아니라 칠성사이다로,) 패스트푸드에 특별히 거리감을 두지 않고 살았던 내가 한 달 만에 큰 건강상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몇 달 더 연장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패스트푸드가 얼마나 건강에 좋지 않으며 패스트푸드산업이 구조적으로 외식산업에서 얼마나 천덕꾸러기인지에 대한 여러 가지 주장은 이미 내가 대략적으로 알고 있어서 새삼 놀랄 것도 아니라고 여겼고, 세밀하지는 못해도 이미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주장에 새삼 감동할 것은 아니었다.

<수퍼사이즈 미>와 <노 임팩트 맨>, 두 이벤트의 차이점은 여러 가지 지적할 수 있겠지만 혼자 하느냐 가족 단위로 하느냐의 차이가 가장 크게 느껴졌다. 다른 말로 하자면 개인의 주장을 최대한 피력하는 방식이냐, 개인의 주장이 확산되는 방식의 실험이냐 하는 차이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심을 지속시킬 수 있는 긴장감도 <노 임팩트 맨>이 더 컸다. 그것은 영화가 말하는 주장의 내용에 있지 않았다. 그 공은 전적으로 가족 구성원 중에서 그 실험을 제안하고 추진하는 남편이 아니라 지원하고 동조하는 역할의 아내에게 있었다.

영화의 초반에 아내가 커피를 마실 수 없게 되었다며 마음의 갈등을 토로하는 부분에서, 중반에 아내가 친구와 미용실에 몰래 가서 머리에 염색을 자행하는 부분에서, 결정적으로는 우유가 썩고 화장실에서도 휴지를 쓸 수 없는 가혹한 상황에서 남편에게 “자기 꿈에만 열중하잖아”라고 불평할 때, 나는 이 영화가 애초의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남편과 아내가 갈등을 고조시키다가 일 년의 실험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파국을 맞는 스토리를 상상했었다. 그 스토리는 아무리 좋은 주장이라도 그 자체만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 지금 환경이라는 주제가 인류의 일상생활을 완벽하게 점령하고 있어서 그것을 개선하려면 근원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고달픈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내가 “난 당신이 처음 이런 제안을 했을 때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실험이라고 생각해서 동참했지만, 당신의 주장이 나를 위축되게 하고 부정적으로 만들면서도 우리가 서로 공감하며 해결하지 못하는 걸 보니, 역시 이 실험은 우리의 꿈이 아니라 당신만의 꿈이었어.”라며 쏘아붙이고 어린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가는 클라이막스를 기다렸던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이상향이 아니라 현실이니까.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내(는 짐작컨대, 저널 방면에 오래 일을 해 온 것으로 보이는 커리어우먼으로 자기주장이 있는 타입이다)에게는 내가 예상하지 않았던 임신과 유산 등의 신체적 감정적 변화가 있었고, 성과를 회의하는 남편의 약한 모습을 다독거려주는 온화함을 보여주었다.

선량한 듯 고집 있어 보이는 남편이 지쳐서 말한다.

“이 프로젝트가 호기심만으로 끝날 것 같아.”

까칠한 듯 강단 있어 보이는 아내가 명쾌하게 말한다.

“최악으로 아무 성과 없이 끝난다고 해도, 해본 용기는 가상하잖아.”

역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주장하는 남편이 아니라 변화하는 아내였다.

스펄록 감독의 ‘해본 용기’보다 미셰과 콜린 부부의 ‘해본 용기’를 더 가상하게 평가하고 싶은 것은 주장이 현실로 스며들어오는 과정에서 더 중요하게 주목하게 되는 부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내의 갈등과 변화의 지점들이 충분할 만큼 세심하게 드러나고 있지는 않다. 그건 어쩌면 작품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큰 선택일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도발이 전체를 움직일 수는 없지만 주변에 영향력은 분명히 있고, 그 영향력의 메커니즘을 세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루하고 가혹했던 일 년의 과정이 끝난 후,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자전거는 타고 싶고 쓰레기도 줄이고 싶고 농산물 장터도 가고 싶은데, 핫도그도 가끔 먹고 싶어.” 남편의 백 마디 주장보다 더 마음을 움직이는 말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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