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러리 > 이달의 전시
제목 | |
||
---|---|---|---|
작가 | 전시기간 | 2010-08-27 ~ 2010-08-27 | |
개발과 파괴를 다루는 <take palce>와 <호수길>의 상상력
서울에 살다보면 매년 빠짐없이 철거투쟁 뉴스를 접해야 한다. 80년대 상계동 이전에는 철거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소설이나 극영화에 기록되었고, <상계동 올림픽(88)>이후로는 독립다큐멘터리를 통해 기록되어 왔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의 투쟁을 기록하고 의미화하는 주요한 방식이었는데, 주로 투쟁 당사자인 인물들이나 투쟁 자체의 과정과 결과를 정성스럽게 담는데 치중했다. 즉 인물과 사건이 다큐멘터리가 추적하는 주된 대상이었다. <호수길>은 주인공격인 인물이 없고 기승전결을 파악해야 하는 사건도 없다. 대신 동네가 있다. “호수길”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골목이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석구석 조근조근 동네를 돌아다니며 관찰하는 카메라가 있다.(아마도 초반부를 볼 때면 습관적으로 생기는 많은 의문을 일단 접고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무심하게 보아 넘겼던 광경들을 유심한 눈으로 지켜보게 될 때까지.) 애초에 이 작품은 인물과 사건에 관심이 없다. 중반 이후 그 동네가 응암동 철거지역임이 밝혀지고, 갑자기 의식적으로 간여하게 되는 사운드 - 포크레인 소리와 바람 소리 등 - 와 광경에 접근하며 흔들리는 카메라를 보면서 이야기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을 보게 된다. 이상하게도 나는 내가 사는 이외의 동네에만 관심이 있었다. 공권력에 의해 철거가 진행되고 철거지역의 거주민들이 고통을 겪는 것을 목격할 때, 어느 정도는 의무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마치 여름마다 태풍의 수재민을 보며 나는 태풍에 안전할 거라는 근거 없는 안도감으로 안쓰러움을 느끼는 것처럼. <호수길>을 보고 나면, 러닝타임이 적정한가 혹은 구성은 영리한가 따위의 판단을 해보려는 시도에 앞서, 내가 매일 걷는 골목의 길 이름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내가 이 동네에서 오래오래 내가 원하는 방식의 삶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 개발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것을 용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내 삶을 건들지 말라고 어떻게 말해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