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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것도 제대로 못 해내면 수백 명의 스텝과 일할 수 있을까.
작성자
영화공동체
작성일
2025.09.20
조회수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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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워크숍 입문 과정을 '공동작업'으로 마치면서

 

‘영화를 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독립영화워크숍에 참여했다. 다른 워크숍에 비해 3개월간 빡빡한 진행의 커리큘럼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영화에만 집중하여 후회 없는 선택을 내리고 싶은 내게는 걸맞은 선택지였다. 처음 워크숍을 들어오기 전 기대하고 설레었던 것은 함께 만들어갈 영화와 창의가 빛나는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영화의 빛나는 부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제작을 하며 즐겁다면 영화를 하고 싶은 것이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 속에서.

 

우선 공동작업을 얘기할 수밖에 없겠다. 실은 공동작업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반감이 있기는 하였다. 하나의 작품을 온전히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찍고 싶은 영화가 아직은 없기에 굳이 욕심부릴만한 사항은 아니어서 상관 쓰지 않았을 뿐이다. 결국 공동작업이 나를 가장 괴롭게 하고 성장시켰다. 공동작업은 한 명의 감독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참여 인원 모두가 의견을 내고 결정하는 것이다. 내 의견을 피력하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당히 어물쩍한 논리가 아닌 모두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모두의 의견을 모은 이도저도 아닌 잡탕일 수 있다. 도대체 형태를 파악하기 힘든 어떠한 무엇! 그러면 다시금 앞의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정신적 소모가 큰 작업이다. 더불어 제시한 의견에 대한 결과물이 좋지 않다면 책임을 묻는 말들도 들어야 한다. 생각보다 감정적인 소모도 심했다. 하나의 작품을 위해 모두가 창의력을 빛내는 순간은 생각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다. 생각이 다른 타인과 매일같이 8시간가량을 토론하니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이 지친다고 의견을 내는 것을 포기하면 어느 순간 만들고 있는 영화를 스스로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애당초 영화가 꿈인데 포기할 생각도 없다. 1차 실습작이 끝나고 2차 실습을 시작한 무렵 이런 것들 다시 하려니 굉장한 피로도로 다가왔다. 가뜩이나 1차 실습작이 잡탕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 더해서 이런 작업 방식이 좋은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다 문득 이 과정이 하나의 감독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질들을 훈련 시키는 것처럼 느껴졌다. 0선생님께 이것을 말씀드리니 “이제야 알았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한 명의 감독이 만드는 영화도 공동작업이다. 이것도 제대로 못 해내면 수백 명의 스텝과 일할 수 있을까.

 

공동 제작의 피로와 함께 2차 실습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해야 할 것은 너무 많은데 시간은 없었다. 공동작업이다 보니 팀원들에 대한 불만도 생겼다. 제때 주어진 일을 안 해오는 경우도 생기면서 계획한 일정이 어그러지기도 했다. 도중에 로케이션이 변경되어 시나리오를 다시 수정하는 일도 생겼다. 정작 나는 시나리오가 무슨 이야기인지 맥락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콘티도 어떻게 해야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들어간 현장에서는 내 부족함만을 느끼고 만족스러운 촬영물을 찍어내지 못하였다. 명확한 것이 없는 연출자를 따라와 주는 배우들에게 죄송했다. 그토록 기대한 창의적인 순간은 한 번도 나를 찾은 적 없다. 이어진 후반작업 또한 엉망인 촬영물을 계속해서 확인해야 하는 우울한 작업이었다. 어떻게든 결과물을 보완하기 위해 날을 세며 작업했지만 생활만 망가지고 체력만 빨린 것 같다. 지각도 스스럼없이 해버렸다. 0쌤이 말씀하시기를 영화는 체력이라는데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만 같다. 기본도 못 해버린 실망스러운 자신을 마주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배우들을 향한 책임감이 없었더라면 아마 대충 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1차와 마찬가지로 2차 실습작도 완전히 망해버렸다. 스스로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움을 통해 꿈을 확인하고자 워크숍에 뛰어들었지만 온통 머리 아픈 것들 투성이에 기대하고 설레었던 순간은 오지 않았다.

 

나는 창의로 빛나는 현장을 경험하고 싶었다. 배우의 연기를 끌어올리는 감독이 되고 싶었고 카메라 뒤에서 영화적인 것을(영화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포착하고 싶었다. 그리고 실패했다. 독립영화워크숍 공동작업은 영화를 꿈꾸는 사람들을 데리고 현실을 맛보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었고 기술적인 것과 태도, 경험이 부족했다. 꿈에 비해 초라한 노력을 해 온 것이다. 얼마나 영화제작을 가벼이 보았는지 깨달았다. 완전히 망해버렸기에 되려 배울 점이 많았다. 영화제작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엑셀을 배워야겠다는 기초적인 것, 배우와 배경이 렌즈에 어떻게 담길지 가늠하지 못하는 기술적인 시각의 부족, 분명하지 않은 비전이 현장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자괴감 등등 끝이 없다. 무엇보다 태도의 문제가 제일 크다. 관습을 가벼이 여기는 생각과 멋대로 작업하고서는 결과물에 대한 비판을 회피하려는 태도 말이다. 다시 돌아가 ‘영화를 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보류다. 그 질문은 아직 내게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준비하고 나서야 꿈꾸던 순간에 도달할 것이고 그제야 대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하는 수 없이 영화를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워크숍을 마치면서 비록 원하는 대답을 얻지는 못하였지만 방향을 찾은 것 같다.

 

□ 지난 독립영화워크숍 입문과정으로 공개된 https://cafe.naver.com/inde1990 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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