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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워크숍 입문과정을 '공동작업'으로 마치면서
문과였음에도 그저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만으로 성적에 맞춰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갔고, 적성이 안 맞는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대책 없이 학교를 자퇴했다. 그런 나 자신이 초라하고 창피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그때 나는 그 순간이 지루하고 외로웠던 나머지 현실과의 회피수단으로 영화를 선택했다. 제재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하루종일 영화를 볼 수 있었고, 방해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영화 속 세상을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현실과 영화의 경계가 모호해졌을 때가 되서야 나는 심각성을 느꼈던 것 같다. 부모님은 이제 나에 대한 기대가 없었고, 간간이 연락오던 친구들의 연락이 끊기자 그들의 근황을 보며 열패감을 느꼈다.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나에게 선택지는 고작 술집에서 돈을 버는 것이었다. 정신 없이 술집에서 일을 하면서 번 돈을 모으기는 커녕 하루살이처럼 사치스러운 삶을 보냈다. 계속되는 악순환 끝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얼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나는 일을 그만두고 고립을 택한다. 또다시 미친듯이 영화를 본다. 어느순간 영화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이들이 부럽게 느껴졌다. 나도 이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편을 차지한다. 과연 내가 관객으로서 영화를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나를 표현하고 싶은 것인지 시험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나는 영화과 입시에 도전했다. 결과는 불합격이다. 낙담도 잠시, 나는 아직 영화를 만들어보지 못했기에 영화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우연히 네이버 카페에서 독립영화워크숍 공고문을 발견한다. 수많은 감독들이 이 워크숍 출신이고,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온전히 영화에만 몰입하게 만드는 커리큘럼이다. 갈 곳 없던 나는 고민도 없이 무작정 워크숍에 지원한다.
동기들을 처음 강의실에서 봤을 때 도대체 어떤 영화에 사랑에 빠져서, 홀려서, 미쳐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어떤 영화나 감독을 좋아하는지 얘기할 때 집중해서 들으려고 했고, 나 또한 솔직하게 말하려고 했다. 대부분의 영화가 들어는 봤지만 안 본 작품이어서 동기들에게 호기심이 생겼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동기 몇몇의 영화 취향이나 영화관에 대해 알아갈 때쯤 1차 실습은 시작됐다. 1차 실습은 기획안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선정하고, 파트를 나눠 역할을 정하는 순간부터 카메라가 고장나서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미리 정해 놓았던 로케이션에서 쫓겨나는 순간까지 뭐하나 뜻대로 되는 게 없었던 과정이었다. 특히 사람들과 회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작은 오해에도 감정적이고 미성숙하게 대처를 했다. 공동작업을 핑계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합리화하면서 1차 실습을 찝찝한 상태로 끝냈다. 그런 나에게 2차 실습은 너무나도 중요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5의비밀>의 팀원이 되었고,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형식의 이야기여서 기대가 넘쳤다. 기획자에게 달라붙어 계속해서 질문하고, 이해한 것들을 다른 팀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즐겁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보다 많은 회의를 하면서 2차 실습에 과몰입 할 때쯤 팀원 중 한 명이 떠났다. 그때 O희섭 선생님께서는 해산하고 다른 팀에 들어가라고 했지만 들리지가 않았다. 남은 팀원들과는 술자리를 가지면서 빨리 아픔을 털어내고 나아가야 했다. 그렇게 2차 실습을 이어가면서 어느 순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한계가 왔다. 팀원들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다는 열등감이 무시받는다는 피해망상과 질투로 변질되었다. 1차에서의 다짐은 보란 듯이 깨졌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워크숍이 끝나고 바로 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변했다. 기술적인 파트에 대해서 무지한 상태로 팀원에게 역할을 맡겨야겠다는 생각은 감독으로서 나약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준비되지 않은 나와 함께 영화를 만들면서 상처받을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다. 지금의 나로서는 역부족이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영화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고,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럼에도 묵묵히 함께 해준 209기 동기들과 O희섭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지난 독립영화워크숍 입문과정으로 공개된 https://cafe.naver.com/inde1990 에서 퍼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