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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오!재미동 아카이브에 구비하고 있는 DVD를 특별하게 골라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년 6회에 걸쳐 매회 5편씩의 영화를 골라 추천해주는 코너!

추천 DVD

요즘이야 한국영화가 칸영화제나 베니스영화제 같은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 받는다던가 심지어 주요한 상을 받는 것에조차 그리 대경실색하지 않게 되었지만, 국제적인 위상을 가진 한국영화를 상상하는 일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86년도에 강수연이 베니스영화제에서 <씨받이(임권택 감독)>로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만 해도, 그것은 며칠간에 걸친 호외감이었고 그런 영화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된 사람도 허다했다.

그리고 드디어 90년대, 영화전문잡지 <씨네21> <키노>가 젊은이들의 필수품이 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이 개원하고, 부산국제영화제가 만들어지고, 영화산업이 팽창하고, 극장에서 한국영화점유율은 매우 높았고, 영화가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런 기운을 타고 재능 있는 영화인들이 다양한 영화들을 만들어내면서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구가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세기의 막바지에 한미 FTA에 의한 스크린쿼터(자국영화 의무 상영일수) 축소 방침이 추진되면서, 광범위한 영화계 종사자들은 물론 톱스타급 영화배우들까지 거리로 나와 오랫동안 반대운동을 펼쳤으나 2006년 기어이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한국영화산업은 급격히 위축되었다. 이번 달에는 98년도에 발표되었던 한국영화들 중에서 다섯 편을 골랐다. 이제는 중후한 중견배우가 되어 있는 한석규, 은퇴해서 아쉬움을 안겨주고 있는 심은하의 한창 때 모습을 볼 수 있는가 하면,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횡무진하는 김하늘의 신인 데뷔작도 볼 수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허진호 감독)>는 한석규가 직접 부른 주제가가 깔리는 엔딩 크레딧이 오래도록 잔영을 남기는 영화다. 죽음을 앞둔 사진관 주인 정원(한석규) 앞에 어느 날 산뜻하고 청량한 느낌으로 나타난 다림(심은하). 별다른 사건 없이도 점점 깊숙이 스며드는 두 사람의 마지막 사랑의 감정이 애틋하고 안타깝다. 어떤 사랑이든 그것이 현재의 사랑일 때는 지극한 행복감이지만, 마지막 사랑임을 인지하고 있을 때는 어떤 감정이 되는 걸까? 자신이 죽은 후 홀로 남을 아버지(신구)에게 정원이 비디오 플레이어의 작동법을 알려주는 장면이나, 병원에서 퇴원한 후 정원이 몰래 창문 밖의 다림의 모습을 손가락으로 쫓아가는 장면 등은 드라마틱하지 않은 드라마의 울림을 전해준다.

<가족시네마(박철수 감독)>는 재일교포 작가인 유미리의 원작을 박철수 감독이 영화화한 것으로, 유미리의 동생 유애리가 주인공(모토미), 그리고 일본 내에서 소설가로 입지가 단단한 재일교포 양석일이 그녀의 아버지역을 맡았다. 이미 풍지박산 난 한 재일교포 가족이 막내딸이 제안한 영화 촬영을 위해서 모이는데, 서로의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해 있고 촬영이 진행될수록 과거의 상처만 점점 더 들쑤셔지게 된다. 다시 시작된 어머니와 아버지의 악다구니는 점점 가관이 되어 간다. 부모가 지독하게 싸우며 욕을 할 때만 조선어를 쓰더라는 기억을 갖고 있는 세 남매의 시선은 감정 없이 싸늘하기만 하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기가 답답해진 모토미는 감독에게왜 우리 가족이냐?”고 항의하게 된다. 영화는 제대로 나올 수 있을까? 한국영화면서도 일본어 대사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영화 속 영화의 프레임 내에서 가족의 의미와 영화의 의미를 동시에 탐색하게 한다.

<강원도의 힘(홍상수 감독)>은 비록 흥행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에서 한국영화를 거론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뚜렷한 영화세계로 팬층이 두터운 홍상수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이미 96년도에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단박에 주목을 받은 후, 현재까지도 꾸준한 페이스로 작품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홍상수 감독은 역시나 익숙하지 않은 제목의 독특한 작명법을 이 영화에서도 드러내고 있다. 여자와 남자의 짧은 강원도 여행과, 그 두 사람이 인사동에서 만나는 하루를 다루고 있다. 관련이 없는 듯 관련을 맺고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배치하는 것,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대사들을 천연덕스럽게 구사하는 것, 만취하는 술자리와 비좁은 모텔방이 등장하는 것 등 홍상수 영화의 특색을 새삼스레 옛 영화에서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아름다운 시절(이광모 감독)>은 한국전쟁이 계속되고 있던 52년도를 배경으로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마치 관찰기처럼 관조하고 있는 작품이다. 주된 시선은 소년들인데, 전쟁이란 것은 소년들에게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누구도 제대로 이해시켜 주지 않지만, 성장기의 삶을 온통 뒤흔드는 압도적인 힘이 되기도 한다. 소년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전쟁은 세상의 원리를 파악하는 요긴한 눈이 되어준다. 그래서 20세기에 세계사를 얼룩지게 했던 수많은 전쟁은 성장영화의 배경이 곧잘 되어 왔다. 게다가 이 영화는 촬영에 매우 공을 들였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이 오히려 전쟁이라는 시기를 도드라지게 한다.

<바이 준(최호 감독)> <후아유(2002)>, <사생결단(2006)>, 그리고 <고고 70(2008)>을 만든 최호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감독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영화배우 김하늘과 유지태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인생에서 19살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좌충우돌했던 사춘기의 끝에, 정말 이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려는데 왠지 멈칫거리게 되는 두려움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에 두고 친구를 먼저 보낸 채영과 도기는 대학에 들어가서도 계속 어울려 다닌다. 그러나 친구의 죽음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둘의 관계는 애매하기만 하다. 자기파괴적인 젊음이 치열하게 헤어 나오고 싶은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몽롱한 화면과 음악 속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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