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길우
영화 <프랑켄슈타인 아버지>(2025), <전,란>(2024)
드라마 <연인>(2023), <더 글로리>(2022), <재벌집 막내아들>(2022) 외 다수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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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역을 지나칠 때마다 긴 시간 이어온 영화의 흔적들을 스치곤 합니다. ‘영화’ 하면 ‘충무로’라고는 하지만, 사실 왜 영화는 충무로인지 체감할 경험이 없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 공간에 가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오랜 시간 그 상징성을 붙들어 온 집요함과 여러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충무로의 지난 시간 속에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사연과 감정들이 녹아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또다시 영화가 되고, 역사가 되었습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그 유산을 등에 업고 자랑스럽게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만납니다. 이처럼 공간이 주는 힘은 내일을 꿈꾸게 할 만큼 크고 위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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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미동의 운영종료 소식을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고 사라짐이 세상 만물의 이치라지만, 이 소식이 유독 슬프게 느껴졌던 건 왜일까요? 오랜 시간 시민들에게 영화와 함께 휴식처를 제공해 왔을 이 공간의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니 그랬을까요? 근래 들려온 사라지는 극장들에 대한 소식들이 떠올라 그랬을까요? 무엇이 되었건, 작별 인사엔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가 바로 그러하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엔딩 크레딧을 영화의 끝이라고 여기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새로운 시작이라 믿습니다. 오! 재미동의 마지막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설렘으로 여기고 싶습니다. 긴 시간 영화와 함께 존재해 준 그 꾸준함에 대한 찬사, 결코 사라지지 않을 영화에 대한 향수 그리고 다음을 기대하는 슬픔 아닌 설렘. 떠나는 오! 재미동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들을 가득 담아 이번 추천 DVD를 골라보았습니다. 영화를 보시는 여러분도, 모두 각자의 마음으로 작별의 인사를 건네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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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드라마 | 일본 | 130분 | 2008
감독 티키타 요지로
출연 모토키 마사히로, 히로세 료코
Archive No.I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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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로 살아가고 싶었던 주인공 ‘다이고’는 오케스트라 해체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도쿄를 떠나 고향 야마가타로 내려옵니다. 새로운 삶의 방향을 고민하던 중, ‘여행을 돕는 일’이라는 애매한 문구가 적힌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간 회사에서 그가 맡게 된 일은 뜻밖에도 고인을 마지막으로 단장해 보내는 ‘납관사’, 즉 죽은 사람과 남은 사람을 잇는, 조용한 작별의 안내자였습니다. 처음엔 낯설고 거부감이 들었던 이 일은, 하나둘씩 의식을 수행하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망자의 몸을 닦고, 정성껏 수의를 입히고, 곱게 단장시키는 그 과정은 마치 남겨진 이의 마음까지 닦아주는 듯합니다. 그렇게 ‘다이고'는 점차 죽음을 감당하는 손길 속에 살아 있는 감정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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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바이>는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이 특별합니다. 죽음을 끝이 아닌 관계의 마지막 예의, 기억을 지키는 손길, 그리고 남은 이들의 애도를 받아 줄 의식의 언어로 바라봅니다. 영화는 죽음을 무겁게 떠안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가볍게 소비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절제된 호흡과 조용한 연출로 감정이 깊게 스며드는 방식을 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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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염습 장면은 특히 인상 깊습니다. 배우 모토키 마사히로는 다이고의 내면을 눈빛과 호흡으로 진하게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정성과 떨림, 마침내 받아들이는 용서의 순간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진짜 ‘굿바이’ 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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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장례 의식이라는 낯선 세계를 통해 작별은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이며, 잘 보내는 것은 잘 살아온 삶에 대한 예의라고 말합니다. 덕분에 죽음과 이별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님을 깨닫고 앞으로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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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드라마 | 미국 | 118분 | 2016
감독 짐 자무쉬
출연 아담 드라이버, 골쉬프테 파라하니
Archive No.I2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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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의 작은 도시 ‘패터슨’에 사는 한 남자, 그의 이름도 도시와 같은 ‘패터슨’입니다. 그는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버스를 몰고, 점심시간엔 도시락을 먹고, 퇴근 후엔 집에서 아내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밤이면 애견 마빈과 산책을 하며 동네 바에 들릅니다. 이처럼 변화 없는 하루하루 속에서, 패터슨은 자신만의 시를 씁니다. 노트북도, 독자도, 출판 계약도 없습니다. 그저 작은 비밀 노트 한 권에 사소한 사물과 순간들을 단어로 옮깁니다. 그것이 그에게 있어 삶의 방식이자,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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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터슨>은 극적인 사건도, 큰 전환도 없습니다. 또 패터슨은 자신의 재능을 뽐내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예술가라 말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묵묵히 기록하고, 관찰하고, 사랑합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엔 결코 반복이 아닌 섬세한 변주들로 가득합니다. 이 영화는 패터슨이 쓰는 시처럼 메타포로 가득해서,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반복이 반짝반짝 빛나 보이도록 마법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마치 버스 드라이버를 연기하는 아담 드라이버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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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를 좋아합니다. 특히 영화 <패터슨>에서 그는 지적인 과시도 없이, 그러나 내면의 깊이를 잃지 않고 연기합니다. 그래서 그의 패터슨은 특별하지 않지만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나 봅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도 이 반복과 변주의 마법을 경험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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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
드라마 | 이탈리아 | 121분 | 1988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마르코 레오나르디, 필립 느와레
Archive No.I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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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영화감독 살바토레는 늦은 밤, 고향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작은 마을의 ‘시네마 천국’의 영사기사, 그의 인생을 바꾼 멘토 ‘알프레도’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입니다. 그 전화 한 통은 살바토레를 과거로, 그리고 마음 깊은 곳으로 이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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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네마천국>은 한 아이가 어떻게 영화를 사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자, 한 어른이 어떻게 자신의 뿌리, 사랑, 기억과 이별해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린 토토(살바토레)는 동네 영화관 ‘시네마 천국’에서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를 눈으로 훔치듯 익혀 가며 자랍니다. 영사기 뒤편에서 알프레도를 통해 영화가 돌아가는 기계의 소리와 마법을 배웁니다. 영화는 그에게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이자, 동시에 현실 너머를 꿈꾸게 하는 빛이었습니다. 그러나 알프레도는 그에게 모질게 말합니다. 여길 떠나라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그리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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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렴. 네가 어렸을 때 영사실을 사랑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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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토레는 결국 떠났고,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어딘가에는 늘 돌아가지 못한 풍경과 남겨진 감정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온 살바토레는 알프레도가 남긴 필름 한 통을 확인합니다. 어릴 적 검열로 인해 스크린 밖으로 잘려 나간 키스신들이었죠. 알프레도가 남긴 건 단순히 잘려진 필름들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사랑이고, 추억이며, 영화라는 매체가 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감정 보존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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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네마천국>은 영화관이라는 공간에 담긴 기억과 공동체, 시간의 결을 이야기합니다. 한 시대가 저물고, 건물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떠나도, 그곳에서 누군가 웃고 울던 순간은 시간이 멈춘 필름처럼 마음 어딘가에서 상영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관객이든, 영화인이든, 혹은 단 한 번이라도 극장에서 마음을 움직여 본 사람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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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스토리
드라마 | 프랑스 | 112분 | 1999
감독 데이비드 린치
출연 리처드 판스워스, 씨씨 스페이식
Archive No.I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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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스트레이트는 고장 난 몸과 긴 침묵을 가진 남자입니다. 그는 아이오와에 살고 있고, 형은 위스콘신에 있습니다. 그리고 둘은 오래도록 대화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형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앨빈은 직접 형을 만나러 가기로 합니다. 면허도 없고, 운전을 할 수 없고, 버스도 타지 않습니다. 그가 선택한 이동 수단은 잔디깎이 트랙터 한 대입니다. 속도는 느리고, 고장은 잦고, 길은 멀지만 그래도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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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 여정을 따라갑니다. 가출한 소녀, 전쟁의 후유증을 안은 남자, 그리고 낯선 목소리들. 앨빈은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별로 많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목적지에 가까워집니다. 영화는 어떤 설명도, 감정도 덧붙이지 않습니다. 대신 걸음처럼 느린 장면들 속에 화해, 후회, 사랑, 용기 같은 단어들을 무심히 던져 줍니다. 앨빈은 결국 형의 집에 도착합니다. 역시나 별다른 대화 없이 두 노인은 말없이 밤하늘만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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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묵묵함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 어떤 말보다 깊은 감정이 행동과 침묵 속에서 전해집니다. 누군가는 말로 표현해야만 용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멀리 돌아와 앉은 그 한 걸음이, 때로는 가장 뜨거운 사랑이자 용기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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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드라마, 코미디 | 미국 | 105분 | 1967
감독 마이크 니콜스
출연 앤 브크로프트, 더스틴 호프만
Archive No.I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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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한 21살의 벤자민은 장래에 대한 불안과 혼란 속에서 부모와 주변의 기대에 압박을 느끼며 무기력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던 중, 부모의 친구인 로빈슨 부인과 우발적인 관계를 맺게 되고, 이후 그녀의 딸 일레인을 사랑하게 되면서 벗어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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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유명한 엔딩 장면과 OST를 가진 영화죠. 벤자민은 일레인의 결혼식장까지 뛰어들어 끝내 그녀의 손을 붙잡고 도망칩니다. 하지만 도망친 두 사람의 얼굴엔 곧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복잡 미묘한 침묵의 감정이 ‘The Sound of Slience’와 함께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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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졸업>은 끝이 아닌 시작의 감정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무엇이 옳은지도 모르고, 이 선택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지만 일단 달려나간다는 것, 무언가를 끝내고 나면 다시 길이 시작된다는 것. 그 감정이야말로, 가장 두렵고 또 설레는 마음 아닐까요? 영화의 엔딩 크래딧은 올라갔고 진짜 이야기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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