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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은 서울시에서 공공적 차원에서 설립된 공공문화 기반시서로 다양한 영상작품과 영상기자재들을 구비, 시민들의 다양한 영상문화 감상 및 영상제작에 필요한 시설제공,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공공문화센터로 서울시와 수탁운영 계약을 맺은(사)서울영상위원회가 운영하는 미디어센터입니다.
제목
단편영화 개봉극장 10주년 기념글 by 씨네21 이우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2.07
조회수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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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씨네21 이우빈 기자
“장편영화가 어떤 흐름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면,
단편영화는 어떤 순간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김한라 감독
- 《짧은 영화 긴 이야기》, 206p, 미쟝센단편영화제
순간이라 불리는 모종의 시간은 찰나와 같은 물리적 짧음을 전제한다. 그러나 순간이란 대개 삶의 어떤 시간보다도 강렬하고 뚜렷하다. 삶을 돌이켜보면 우리의 기억은 많은 순간순간의 느슨한 연결로 구성된다. 당장 어제 하루의 온 시간을 완벽히 떠올리고 재구성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친구와 잠시 나눴던 이야기, 점심 식사의 맛, 지하철 역사의 굉음, 겨울날 코를 스치는 건조한 냄새가 어제의 기억을 간간이 꿰어내어 지나온 날을 증명한다. 장편영화가 이 기억들의 틈을 잘 이어 붙여 덩어리진 흐름으로 재현하는 매체라면, 단편영화란 이 순간들을 고스란히 현시하려는 매체에 가깝다. 다소 투박할지라도 괜찮다. 그 순간이 솔직하고 맑다면 문제없다. 아주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지 않더라도 잠깐이나마 반짝하고 빛난다면 충분하다. 아주 모나 있는 탓에 순간 우리 의식의 폐부를 찔러도 좋다. 이쯤에서 김한라 감독과 함께 단편영화를 정의했던 다른 이들의 말을 덧붙여 봐도 좋겠다.
“말 그대로 ‘길이가 짧은 영화’.
장편영화의 종속적 하위 매체가 아닌,
고유의 영화적 체계를 지니고 있는 독립된 영화군.”
나영길 감독
“엔딩 크레딧이 지나고 “끝났어? 여기서 끝이야?”
왜 거기서 끝나냐며 허무해하는 영화.
근데 나는 거기서 끝나서 만족스러운 영화.”
구교환 감독 겸 배우
즉 단편영화란 순간을 그리되, 그 순간 내에 허무와 만족의 복합적 감상을 일으키는, 고유하고 독립된 영화군이다. 흔히 단편영화를 물리적 상영 시간으로 구분하곤 한다. 2시간 내외면 장편영화, 30분 내외면 단편영화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영화제 등 통상적인 제도권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기준에 가깝다. 단편영화는 30분 내외이기에 단편영화이지 않다. 앞서 말했듯, 특정한 순간을 가장 깨끗하게 표현하기 위해 30분 내외의 다소 짧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문학 분야로 빗댈 때, 드라마 시리즈는 장편 소설, 장편영화는 단편 소설, 단편영화는 시로 흔히 비유된다. 맥락 사이의 간극이 크고, 쉬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함축의 힘을 지니고 있는 시의 호흡과 단편영화는 밀접하다. 짧은 글이어서 시가 아니다. 시이기에 그 적절한 리듬의 추구를 위해 적당량의 길이가 필요한 셈이다. 순간의 힘을 믿으며 순간을 그리는 것, 단편영화의 추상적이지만 본질적인 정의는 이곳에 있을지 모른다.
본 정의에 가장 어울리는 만신전의 단편영화를 소개하자면 김종관 감독의 <폴라로이드 작동법>(2004)이 적절할 듯하다. 한 여인이 좁은 방에서 한 남성과 이야기를 나눈다. 남자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작동법을 가르쳐 주는데 여자는 오로지 그 남자의 음성과 모습에 정신이 팔려있다. 초조한 눈빛과 떨리는 입술, 방으로 스며드는 주황빛의 온기, 그리고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는 시간은 굳이 ‘사랑’이라 번역하지 않아도 그것의 감정을 더욱더 적확히 표현하는 순간이 된다. 허무하게 끝나 버리는 사랑의 시간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충만하게 사랑의 상태를 경험케 하고 그 순간의 체험을 만족시키는 6분이다. 엔딩 크레딧이 나올 때 “끝났어? 여기서 끝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2013년, 고형동 감독의 <9월이 지나면>은 그 제목에서부터 특정한 시간을 언급한다. 시간 혹은 순간의 마력을 믿는다. 건축과 남학생 승조는 본인의 집에서 함께 작업하던 지연에게 Greenday의 를 기타 치며 불러준다. 부끄럽다며 눈 감고 들으라 하지만, 지연은 몰래몰래 잠깐 눈을 뜨며 승조를 쳐다본다. 노래가 끝나고 지연이 묻는다.
지연/ 제목이 뭐예요?
승조/ ‘9월이 지나면 깨워주세요’ 내 인생의 노래야.
지연/ 왜요 9월에 무슨 일 있었어요?
승조/ 그냥 9월은 항상 좀 힘들더라고.
지연/ 지금도요?
승조/ 지금은 그냥 그래.
인생, 9월, 지금과 같은 단출하거나 유장한 순간(들)의 뉘앙스가 겹친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 지연은 승조에게 당부한다. “9월이 지나면 좋은 일만 생기겠죠? 9월이 지나면 깨워주세요.” 서로의 삶에 있어 소중한 어떤 순간을 안기는 일, 나누는 일, 함께 하는 일을 약속한다. 장편영화든, 시리즈 드라마든 특정 시간을 다루는 일이야 가능하겠지만, 단편영화의 시간은 다소 다르다. 더 응축되어 있고, 때론 지리멸렬하고,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고 그럴 수도 없기에 더욱더 아름답다.
단편영화로부터의 얼굴들
<9월이 지나면>은 영화 바깥에서도 꽤 의미심장한 순간의 족적을 남겼다. 주인공 승조는 최근 연출작 <너와 나>(2023)를 공개했고, 일전부터 <국경의 왕>(2017), (2021) 등으로 배우의 얼굴을 각인시킨 조현철 감독 겸 배우의 캐릭터다. 그는 또 다른 단편들, 신이수 감독의 <이름들>(2013)로 제39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고, 구교환 등과 함께한 <뎀프시롤: 참회록>(2014)에서 감독 겸 주연을 맡으며 본격적인 이력을 시작했다. 한편 지연은 올해의 드라마 <더 글로리>(2022)에서 박연진 역을 맡은 임지연 배우가 연기했다. 즉 단편영화의 순간은 영화의 내부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단편영화는 창작자나 배우를 꿈꾼다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학생영화, 독립영화의 범주에 가까운 만큼 차후 한국영화계를 이끌 인물들의 산실이 될 수밖에 없다. 
2013년부터의 10년간의 단편영화들을 간략히 정리하더라도 수많은 이름이 딸려 나온다. <콩나물>(2013)의 윤가은 감독은 단편에서 보여준 본인의 장기인 아이들을 다루는 고유의 시선을 <우리들>(2016), <우리집>(2019)으로 확장하며 한국 독립영화계에 어린이, 청소년 주인공 영화의 열풍을 불렀다. 이충현 감독은 <몸값>(2015)으로 장르물의 귀재임을 증명하며 단숨에 <콜>(2020), <발레리나>(2023)로 장편영화 감독으로 자리를 잡았다. 정가영 감독도 <내가 어때섷ㅎㅎ>(2015)의 감각을 유지한 <밤치기>(2017), <연애 빠진 로맨스>(2021)로 성공적인 경력을 이어갔고, <만일의 세계>(2014)로 자기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했던 임대형 감독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2016), <윤희에게>(2019)로 확고한 작가적 영역을 지키고 있다.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3)의 감독 겸 배우로 떠오른 구교환 역시 독립, 상업영화계를 활발히 오가며 입지전적인 인물이 됐다.
또한 차후 한국영화계를 이끌 새로운 배우들의 얼굴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 얼굴들의 궤적을 살피기 좋은 곳으로 오!재미동이 이어온 단편영화 개봉극장을 빼놓을 수 없다. 본 프로그램이 시작된 2013년 이후 10년 동안, 무려 143편의 단편영화가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이처럼 정기적으로, 지속적으로 단편영화와 관객을 매개하는 창구의 중요성은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우선, 단편영화 개봉극장의 상영작에서 얼굴을 익혔던 배우들의 이름부터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그럼에도 일일이 기술해 보자면, <병구>(형슬우, 2015)의 공민정과 서현우 배우,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나요?>(강동완, 2017)의 곽민규 배우, <명태>(이홍매, 2017)의 강길우 배우, <뒤로 걷기>(방성준, 2020)의 우지현과 문혜인 배우, <텐트틴트>(이준섭, 2022)의 심달기 배우, <우린 동산에서 왔어>(이윤석, 2022)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정인혁, 2023)의 오우리 배우 등 최근 10년의 독립영화계를 책임지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이들의 명단이 적힌다.
단편영화 창구, 그리고 변화
전술한 일련의 단편영화들은 대부분 국내의 단편영화제나 영화제 내 단편영화 부문을 통해 세상 빛을 볼 수 있었다. 통상적인 한국 영화계의 배급·상영 체제에서 벗어나 있는 단편영화에 있어 영화제란 가장 중요한 상영 창구다. 가령 미쟝센단편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전주국제영화제·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을 통해 자신을 내놓은 이들과 단편영화들이 지난 20여년의 세월을 차곡차곡 쌓아 왔다.
하나하나 그 구체적인 면모를 살펴보면, 미쟝센단편영화제는 2002년 이현승, 봉준호, 류승완, 김지운, 김성수 감독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든 장르 영화제였다. 실험영화나 개인 작업에 가까웠던 단편영화의 범주를 고품질의 장르 영화, 대중영화 혹은 작가주의 영화에 결부시키며 단편영화에 대한 인식 개선을 선도했다. 이곳에서 등장한 <남매의 집>(2009)의 조성희 감독, <숲>(2012)의 엄태화 감독 등은 차후 <늑대소년>(2012), <승리호>(2019) 그리고 <가려진 시간>(2016), <콘트리트 유토피아>(2023) 등을 선보이며 한국영화계의 큰 축이 됐다. 한편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2003년 이래 폭넓은 단편영화의 취향을 포섭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 상영이나 영화제 자체의 순회 상영전이란 색다른 상영 창구를 모색하기도 했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올해 40주년을 맞으며 가장 긴 시간 이어진 단편영화제로서 매년 해외 주빈국을 초청하는 등 국제적인 단편영화 네트워킹의 선두에서 활동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현재까지 순회 상영전, 제작지원 제도 등을 운영하며 힘쓰고 있다.
그러나 국내 단편영화 지형도의 가장 큰 영토를 차지했던 미쟝센단편영화제가 2022년에 폐지를 확정했고, 팬데믹 기간에 몸집을 줄였던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오랜 후원사를 잃고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로 개편됐다. 이후 국내 단편영화의 메카는 비교적 규모가 큰 서울독립영화제로 자리 잡게 됐다. 일전에 미쟝센단편영화제가 국내 단편영화의 규모와 흐름을 어림잡는 주 척도였다면, 현재엔 서울독립영화제가 그 역할을 맡게 됐다. 다만 장·단편을 모두 포괄해야 하는 영화제 특성상 과거보다 더 다양하고 많은 수의 단편영화가 관객과 만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단편경쟁 부문 예심 심사평엔 이러한 고심이 여실히 깃들어 있다. “출품된 일천 편이 넘는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충만한 에너지와 뜨거운 열정을 생각한다면 서울독립영화제가 가지고 있는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더 많은 작품을 상영할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많이, 가급적 다양하게 상영작을 선정하는 데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습니다.”란 어구다. 특히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 출품된 단편영화의 수는 전년 대비 201편이 감소한 1,222편이었다. 창구의 축소, 그로 인한 제작-상영 체계의 불안, 더하여 독립 단편영화에 대한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정책적 지원 감소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단편영화의 현실적 문제가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10년 동안의 그림자
지난 10년,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지된 단편영화의 위기는 현실적인 창구의 문제뿐 아니라 단편영화의 질적 문제로도 말해지고 있다. 일례로,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처음과 끝을 맡았던 이현승 감독은 영화제 20주년을 맞으며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단편영화는 점차 ‘단편’영화에 대한 질문 없이
성공의 규칙을 반복하는 일에 매몰되기 시작했다.
(중략)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단편영화를 규격화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되어가는
아이러니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 《짧은 영화 긴 이야기Ⅱ-단편영화에 대한 여덟가지 질문들》, 8p, 미쟝센단편영화제
같은 책에서 <씨네21> 송경원 기자 역시 2010~2020년을 “양적 팽창과 질적 하락의 시기”로 지적하며 “단편영화의 실험 정신, 만드는 과정 자체의 중요성”이 약화 “상업적 결과물로서 숏폼 콘텐츠나 장편영화와 동일한 연장선에서 평가”받았음을 꼬집었다. 앞서 언급했던, 단편영화로부터 입지를 넓히고 대중적 성공을 거둔 일련의 사례들이 외려 단편영화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었단 뜻이다. 단편영화의 주된 제작 기반이었던 대학 영화과들이 높은 수준의 만듦새, 규격화된 커리큘럼에 집중하며 (부정적인 의미에서) 매끈한 영화들을 제작해 냈음도 부정하기 어렵다. 일례로 상업영화에 쓰이는 장비와 기술을 그대로 차용하며 일궈진 화면 질감의 유사성이나 컷 구성의 답습 등이 자주 지적된다. 윤가은 감독의 성취 이후 어린이와 청소년 영화가 급증하거나, 롱테이크로 러닝타임 전체를 채운 이충현 감독의 <몸값> 이후 유사한 형식적 시도가 눈에 띄는 등 당시 영화계에서 유행하는 소재와 주제를 쉬이 반복하는 안일함도 늘 언급된 문제점이었다.
단편영화의 미래
하지만 시선을 조금 돌릴 필요가 있다. 여러모로 비슷한 단편영화들, 예전보다 날카롭지 않은 단편영화들이 현재 대부분이란 의견엔 맹점이 있을 수 있다. 한 해에 제작되는 대략 1,000~1,500편의 단편영화들이 거의 유사하다거나 특정적인 장르, 주제의 꼴을 관철한다는 명제는 기실 불가능한 말에 가깝다. 이를테면 올해 부산독립영화제에서 상영했거나 수상한 <엄마의 정원>(장인자, 2022), <살이 살을 먹는다>(전소영, 2023), <누룩의 시간>(박민경, 문혜정, 김영효, 2023) 등의 영화는 대규모 영화제가 필연적으로 지녀야 할 일종의 품질 기준에 분명히 미달하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준의 정상성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궤도를 지닌 원석들임은 분명하다. 투박하고, 날 것이며, 무언가 어긋났거나 괴이한 영화들의 존재가 어딘가에선 여전히 증명되고 있다.
물론 위에 언급한 부산의 단편영화를 부산 외 지역의 관객이 찾아보기 어려운 환경임도 분명하다. 본 글의 이전 단락들에서 설명했듯 이는 단편영화 창구 및 직접적인 경험 기회의 문제와 직결되는 문제다. 작은 창구들이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다곤 하나, 아직은 대개의 관계자와 관객이 일부 대규모 영화제, 소수 배급사의 거름망이나 시선을 따르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제한된 환경적 제약에 단편영화의 현재가 구속되어선 안 된다.
하여 중요한 것은 단편영화를 매개로 한 만남의 순간들을 늘리는 일이 아닐까. 다소 무책임하거나 실현하기 어려운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 고개를 돌리면 주변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작은 창구들을 찾을 수 있다. 이 창구들을 향한 관객들의 관심, 그리고 그들의 관심을 배반하지 않을 관계자들의 감식안과 새로운 도전들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보이고 아는 영역에서 그치지 말아야 한다. 영화산업의 전반적인 상황이 어렵고, 거시적 변화를 쉬이 말할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 단편영화가 발화할 방법은 한정적이면서도 그만큼 뚜렷한 셈이다.
작은 창구들의 필요성
그렇기에 단편영화를 아끼는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단편영화의 창구를 모색하고 있다. 전술한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는 오랜 후원사를 잃은 위기를 온라인이란 기회의 장으로 전환하려는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온라인 영화 상영 플랫폼 ‘무비블록’과 협업하며 2021년부터 온라인 영화제로 체제를 전환했고, 상금 규모 등을 확대했다. 독립·단편영화를 주로 다루는 배급사 포스트핀이 2020년에 시작한 영화제 전용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도 있었다. 전주국제영화제나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등의 온라인 상영을 도맡으며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자체적인 공모전-상영 모델을 구축하며 새로운 단편영화의 창구가 되고자 했지만, 아쉽게도 올해 11월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독립·예술영화의 배급·유통 활로를 뚫기 위해 설립한 인디그라운드는 2021년부터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작품을 공모·상영하며 단편영화의 새로운 온라인 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단편영화는 기본적으로 그 규모가 작은 만큼 종류와 특징, 주제 등이 다양할 수밖에 매체다. 그렇기에 단편영화를 만날 창구 역시 최대한 다양해야 함이 마땅하다. 비교적 규모가 큰 영화제나 온라인 플랫폼을 유지하기 위해선 큰 자본과 인적 자원이 필요하다. 서울독립영화제가 심사평에서 언급했듯이 물리적인 시간과 인력의 문제에서 벗어날 순 없는 노릇이다. 이에 소수의 큰 창구들이 아주 다양하고 세세한 단편영화의 주변부까지 챙길 순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서 다양하고 작은 단편영화의 창구들이 우리 주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언급한 오!재미동의 단편영화 개봉극장이 대표적인 예시다. “보석 같은 단편영화들”을 소개해 왔다는 프로그램 소개처럼, 제대로 발굴하고 가공하지 않으면 원석에 머무를 수도 있던 작품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 온 것이다.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특정 작품을 발굴하는 큐레이션 방식의 상영회를 통해 소수의 대규모 영화제나 배급 시스템에선 자주 만나기 힘들었던 좋은 작품들의 이름을 되새길 수 있었다. 이러한 아카이빙 작업은 특정 문화의 기저를 단단히 다지는 토대가 된다. 지난 10년간 활약한 배우들의 얼굴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고, 당대 단편영화의 주요 흐름과 주제 혹은 형식이 어땠는지 파헤쳐 볼 수도 있다. 1년에 한 번 개최되며 최대한 많은 작품을 다뤄야 하는 영화제와 달리, 이러한 작은 창구들은 정기적인 상영회를 통해 고유의 시선을 유지하고 단편영화 제작-상영 체제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해 왔다.
준비된 만남의 순간들
오!재미동처럼 꾸준히 단편영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곳들이 있다. 인디스페이스, 낫띵벗필름, 경기인디시네마, 대구의 오오극장, 부산의 인디플러스, 가장보통의영화VOM, 작은영화영화제 등의 다양한 기관과 민간 조직들이 그 예시다. 자칫하면 금방 잊힐 수 있는 단편영화들의 이름을 연신 호명하고 있으며, 단편영화 창작자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말하자면, 단편영화라는 매체를 담론화하고 하나의 문화로 특정할 수 있는 문화의 저변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또 포스트핀을 포함한 필름다빈, 센트럴파크, 인디스토리, 씨앗, 퍼니콘, 호우주의보 등의 독립영화·단편영화 배급사들, 군소 단편영화제, 커뮤니티시네마나 상영회 조직들도 오프라인에서 단편영화 큐레이션 및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끼리의 힘을 모아 보다 안정적인 기획을 선보이고도 있다. 이를테면 단편영화 배급사들이 모인 한국단편영화배급사네트워크는 지난 11월에 제1회 ‘한국단편영화상’을 개최하며 결집했다. 대단한단편영화제, 성북청춘불패영화제, 충무로단편,독립영화제,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 등의 수도권 군소 영화제나 지역의 전주국제단편영화제, 충주단편영화제, 울산단편영화제, 광주독립영화제, 부산독립영화제, 제주혼듸영화제 등 독립·단편영화 위주의 작은 영화제들이 지역의 단편영화를 살뜰히 돌보고 있다. 더하여 이곳에 언급하지 못한 수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단편영화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이다. 언제나 위기임을 말하고, 생존의 문제를 걱정하는 단편영화임에도 당장 주위에 눈을 돌리면 언제든 그들과 마주할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순간이란 말의 지독한 주관성처럼 단편영화의 정의와 외양, 색채 역시 수시로 변하기 마련이다. 그 가변성과 유연함이야말로 단편영화만이 지닌 고유의 경쟁우위다. 이 유연함에 적응하기 위해 마련된 작지만 큰 단편영화의 창구들이 제 몫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 한 해 1천 개가 넘는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한 관객의 30분을 ‘허무’할 정도로 ‘만족’시켜 주는 단편영화의 순간이란 항시 여러 곳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그것들과 만날 순간은 증명된 과거이자 예견된 미래다. 그리고 가능한 현재다. ■이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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