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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오!재미동 아카이브에 구비하고 있는 DVD를 특별하게 골라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년 6회에 걸쳐 매회 5편씩의 영화를 골라 추천해주는 코너!

영화인이 추천하는 DVD. 감독 이민화편.

오!재미동 추천 DVD 54th · 2025년 세 번째 · 감독 이민화
<프란시스 하> <린다 린다 린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카페 뤼미에르>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감독 이민화
<백차와 우롱차> (2023, 언더그라운드 플러스 작품),
<어느 날, 나이테가 생겼다> (2023, 나의 첫 다큐멘터리 작품) 연출
오!재미동의 추천 DVD를 쓰는 게 굉장히 영광스러운 순간이라 기분이 들뜨다가도 이 글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자꾸만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영화 전공자가 아닌 저는 오!재미동의 영화제작 프로그램인 <언더그라운드 플러스>, <나의 첫 다큐멘터리>를 통해 단편영화 두 편을 만들게 되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오!재미동 키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공간이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니 자꾸만 슬픈 마음이 들지만, 영화를 선정할 때 너무 무거운 영화는 고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저처럼 이 공간에서 함께 살아왔던 존재들은 여전히 일상을 살아갈 테고, 또 다른 공간에서 이곳의 기억을 품은 채 반짝이는 것들을 피워낼 것이니까요.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찾아본 자료에서 오!재미동의 뜻이 "영화의 다섯 가지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오!재미동이 만들어준 '재미'들을 떠올리며 다섯 개의 영화를 뽑아보았습니다. 영화들을 늘어놓고 나니 오!재미동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첫 영화를 만드는 설렘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오래된 공간에 머물러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고, 누군가는 기적을 꿈꾸며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이들의 곁에 기댈 수 있는 공간이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시작해 봅니다.
20살이 넘은 오!재미동, 너무 고마워.
그런데 난 네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프란시스 하
멜로/로맨스, 드라마 | 미국 | 86분 | 2012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그레타 거윅, 미키 섬너, 아담 드라이버
 Archive No.I2255 
이 영화는 꽤나 밝고 명랑한 편이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일상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까닭은 우리의 일상도 비슷하기 때문일 거예요. 보통의 영화들은 깔끔하게 역경을 딛고 성공한 이야기를 하는데 <프란시스 하>는 사소하고 잔잔하며 실패하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를 다룹니다.
27세 뉴요커 프란시스는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소울메이트 소피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 무용수로 성공해 뉴욕을 접수하겠다는 꿈을 꾸지만, 연습생 신세인 프란시스의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동거를 제안한 애인에게 소피와 살겠다고 말했다가 이별을 통보받았지만, 믿었던 소피는 프란시스와 따로 살겠다고 합니다. 집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프란시스는 새로운 집에서 룸메이트들과 지내며 새 출발을 그려봅니다. 하지만 연습생으로 다녔던 회사에서 임시 해고를 당하고 소피와는 점점 더 멀어집니다. 예상을 벗어나는 일들 속에서 프란시스는 파리로 훌쩍 떠나기도 하고, 가족들이 있는 고향으로 가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프란시스의 끊임없는 수다와 경쾌한 몸짓들에서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랑스러운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제 직업이요? 설명하기 힘들어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이긴 한데 진짜로 하고 있진 않거든요."
30대에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현실에 타협하며 살아가는 제 모습이 보여서 아주 많이 울었던 것 같은데, 깊게 공감한 만큼 마음이 가벼워지고 용기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프란시스 하>는 매일 세상과 타협하고 자신을 접어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스러운 이야기입니다. 꿈을 놓지 않고 영화의 언저리에서 서성거리며 오!재미동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도 프란시스와 닮아있지 않을까요? 비록 문패에 '프란시스 할러데이' 대신 '프란시스 하'라는 이름을 넣고 말지만, 그 이름에서 느껴지는 경쾌함은 갑갑한 현실에서도 반짝이는 꿈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느껴집니다.
 
린다 린다 린다
드라마 | 일본 | 114분 | 2006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출연 배두나, 카시이 유우, 마에다 아키
 Archive No.I1756 
가끔 어떤 영화들은 내용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지만, 오랜만에 다시 보았을 때 '아, 내가 이래서 좋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린다 린다 린다>도 그런 영화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문화제 준비가 한창인 시바사키 고등학교에서 멤버들의 부상과 탈퇴 등의 이유로 해체의 위기를 맞은 밴드의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발견한 전설의 밴드 <블루하트>의 '린다 린다'를 연주하기로 한 그들은 다급히 보컬을 찾다 한국인 유학생 '송'과 함께하게 됩니다. 그렇게 3일 앞으로 다가온 공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장면은 아마도 마지막 공연 장면일 테지만, 저의 눈에 들어온 장면은 회사원들보다 더 따분하고 무료해하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고등학생일 때도 그런 감정을 느꼈었거든요. 너무나 리얼한 주인공들의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픽하고 터져 나옵니다.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롱테이크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런 장면들을 볼 때면 최근에 나온 영화 네오소라 감독의 <해피엔드>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얼떨결에 밴드에 합류하게 된 송을 보면 <언더그라운드 플러스> 교육을 받으며 떨리는 마음으로 첫 연출을 하던 제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사실 한 번도 제가 영화를 만들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시나리오를 쓰며 매일 머리를 쥐어뜯고, 어떤 피드백을 받은 날에는 깊은 땅속으로 들어갔다가, 또 어떤 피드백을 받고는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가 하는, 감정의 기복이 요동치는 일상을 오!재미동과 함께 해왔습니다. 영화 속에서 밴드가 맞이하는 시련과 불화도 어쩌면 창작물을 만들 때 꼭 만나게 되는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괜찮아 실수도 좋은 거야. 어쨌든 일단 멈추지 말고 끝까지 가보자."
그들은 무덤덤하게 성큼성큼 앞을 향해 나갑니다. 아무도 없는 빈 강당에서 한국말로 밴드 멤버 소개를 하는 송의 모습에서 첫 공연을 앞둔 설레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연 전날 마지막 리허설은 완벽함 그 자체였지만 공연 당일은 비를 쫄딱 맞은 채 운동장에서 넘어지고 심지어 지각까지 하고 맙니다. 송의 무릎에서는 피가 나고 옷은 더럽혀졌지만 그들은 첫 공연을 아주 멋지게 해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가장 작은 극장 오!재미동에서 후반작업에 들어가지 못한 채로 상영과 GV를 했던 날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이것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상영이 될지 모른다는 비장함과 행복함으로 가득했던 날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나른하고 무료하고 발랄한 모습으로 계속 끝을 얘기합니다. 문화제의 홍보영상에서도 끝을 얘기하고, 노래에서도 끝을 얘기합니다. 그것은 고교 생활의 끝, 아직 맺어지지 않은 사랑, 그리고 유학생인 송과의 이별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1987년에 발매된 블루하트의 노래가 시바사키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발굴된 것처럼, 영화 <린다 린다 린다>는 20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8월, 4K 리마스터링 버전 개봉 소식이 있다고 합니다!) 영화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어김없이 현재로 돌아와 문을 두드립니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블루하트의 <끝나지 않는 노래>의 가사를 남겨봅니다.
<끝나지 않는 노래>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빌어먹을 세상을 위해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모든 쓰레기들을 위해
세상에 외면당해 혼자 눈물로 지새웠던 밤
이젠 끝이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진실의 순간은 늘 죽을만큼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던 적도 많았다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나와 너와 그들을 위해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내일은 웃을 수 있도록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드라마 | 한국 | 96분 | 2019
감독 김초희
출연 강말금, 윤여정, 김영민
 Archive No.K1004 
세 번째 작품을 소개하려다 보니, 제가 뽑은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끈기가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영화 프로듀서 찬실이는 믿고 있던 감독이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되어, 영화의 제목과는 달리 '복'보다는 '망했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만큼 직업도 집도 없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비록 용달차도 올라가지 않는 산동네로 이사를 가긴 했지만 친한 배우 소피의 가사 도우미 일을 시작하게 되고 새로운 일상이 시작됩니다. 그 와중에 자신을 '장국영'이라 소개하는 비밀스러운 남자도 나타나고, 소피의 불어 선생님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영은 찬실이의 마음을 흔들리게 합니다.
이 영화는 앞서 소개한 <프란시스 하>의 10년 후 한국버전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비슷한 구석이 많은 것 같습니다. 프란시스는 흔들리는 일상에서 균형을 잡았다면, 찬실이는 열심히 달리다가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서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찬실의 주변에는 수많은 '복'들이 존재합니다. 무뚝뚝한 듯 살가운 집주인 할머니와, 어떤 영화에서도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캐릭터인 찬실에게만 보이는 ‘장국영’이 있습니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은 얼마나 좋겠습니까“
찬실이는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생각하지만 자식을 잃은 주인집 할머니의 모습은 찬실의 마음을 가만히 토닥이며 쓸어주는 것 같습니다.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고서 살아. 대신 애써서 해." 할머니의 말들은 우뚝 서 있던 찬실이를 한발 내딪게 하는 힘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그만둘 거라며 찬실이 내놓은 책 꾸러미들을 '장국영'은 다시 방 안으로 들여다 놓습니다. 그리고 그 방 안에서 찬실이와 장국영은 학창시절 녹음해두었던 영화음악 라디오를 듣고, 처음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영화 <집시의 시간>을 떠올립니다.
"목이 말라서 꾸는 꿈은 행복이 아니에요.
저요, 사는 게 뭔지 진짜로 궁금해졌어요. 그 안에 영화도 있어요"
각자의 인생에서 사라진 '영화'를 오!재미동 아카이브에서 다시 만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잠시 멈추어 있는 시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카페 뤼미에르
드라마 | 대만 | 103분 | 2003
감독 허우 샤오시엔
출연 히토토 요, 아사노 타다노부
 Archive No.I1509 
20년 전의 이 영화를 '근미래의 이야기'라고 설정해보면 어떨까요. 주인공인 요코가 음악가 장웬예의 흔적을 찾는 것처럼 충무로에서 영화의 흔적을 찾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대만 여행에서 돌아온 작가 요코는 부모님 댁에 찾아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리며 결혼 생각은 없고 아이를 혼자 낳아 기르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2대째 고서점을 운영하는 하지메는 요코와 친한 친구 사이로, 전철의 사운드를 수집하는 취미를 지닌 사람입니다. 그들은 대만 출신의 음악가 장웬예의 흔적을 함께 쫓으며 여러 장소를 방문합니다.
이 영화는 '찬실이가 좋아하는' 오즈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원제인 가배시광(珈琲時光)의 뜻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재정비해서 앞으로의 일을 준비하기 위한 평온한 한 때’라고 합니다. 오!재미동의 작은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가끔 지하철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불규칙적으로 들리는 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영화의 시작으로 언급되는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카페 뤼미에르>의 첫 장면에서 전철이 한 대 지나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컷은 여러 대의 전철이 교차하며 지나갑니다. 오랜 세월이 담겨있는 것들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저는 영화에 나오는 요코처럼 이 영화의 촬영지를 보러 일본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영화 속 나비넥타이를 매고 커피를 배달하던 <카페 에리카>의 사장님은 이미 돌아가신 지 오래이고, 고서점에 하지메와 함께 자리를 지켰던 강아지 '무통'도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오차노미즈 역에서 여러 대의 전철이 부드럽게 스쳐 지나가는 장면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반드시 오고야 말 거라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카페 뤼미에르> 속 카페 ‘에리카’는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오!재미동의 공간에서 실제로 부대끼며 생겨난 기억과 추억들은 언제나 생생하게 떠오를 것입니다.
이 영화는 2003년 12월 10일 일본에서 첫 상영 (오즈야스지로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을 했고, 2004년 2월 17일에는 오!재미동이 오픈을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영화 속 요코가 되어 소중한 것들의 조각을 맞추는 경험을 해보면 어떨까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드라마 | 일본 | 128분 | 2011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마에다 코우키, 마에다 오시로
 Archive No.I2127 
형 코이치는 가고시마에서 엄마와, 동생 류노스케는 후쿠오카에서 아빠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형인 코이치의 소원은 네 가족이 다시 함께 사는 것으로, 매일 재를 뿜어대는 가고시마의 화산이 폭발해서 이사를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일 매일이 즐겁기만 한 동생 류노스케의 소원은 가면라이더가 되기, 커서 슈퍼카를 사는 것입니다. 친구들은 새로 생기는 고속열차들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소원을 빌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말을 하고, 형과 동생은 친구들과 함께 돈을 모아 소원을 빌러 구마모토로 가기로 합니다.
"류노스케 그거 알아? 태양의 탑 있잖아. 행정예산 재평가된대."
"없앤다는 말이야?"
"공원이 올해 말에 없어질 거야. 그 공원에 우리 가족 자주 갔었는데.."
영화에서는 없애야 할 것, 없어져야 할 것, 없어지고 있는 것들이 언급됩니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아빠가 그럴테고, 가족이 함께 자주 갔던 태양의 탑, 가루칸떡을 만드는 장인인 할아버지 역시 젊은이들이 찾지 않는 가루칸떡에 대한 고민이 가득합니다. 형인 코이치에게는 가고시마가 그런 존재인 것 같습니다. 항상 재가 쌓이는 가고시마에서 살고 있는 어른들도 이해가 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소박하게 빌었던 소원은, 다시 생각해보니 마을 사람들을 해칠 수도 있는 소원인 것을 깨닫게 되는 코이치. 자동판매기 밑에 떨어진 동전을 열심히 줍고, 책과 장난감 등을 팔아서 마련한 돈으로 마침내 소원을 빌기 위한 장소에 도착하는 어린이들, 양쪽 방향에서 달려오던 기차가 스쳐 지나갈 때 저마다 소리 질러 소원을 외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 코이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내가 소원을 빈다면 사라지고 말 것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죠. (아이스크림, 과자 가루, 체온계, 물감, 체육복, 맛있는 요리, 수영복, 맑은 하늘, 새싹, 자동판매기 밑의 동전, 할머니의 손동작, 선생님의 격려, 무지개 다리를 건넌 강아지, 화산재, 가루칸떡, 자전거 벨, 역무원의 손, 코스모스, 소원을 적은 깃발, 그리고 형제의 모습, 아빠의 새앨범, 사람들의 소원이 주렁주렁 달린 명소..)
코이치는 소원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으로 일상을 지켰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일상 속에서 형과 동생은 과자의 엑기스인 부스러기를 양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을 시작으로 두 형제가 종종 만나게 되는 일상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일상을 유지하는 것, 그게 어쩌면 작은 기적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재가 안 쌓이겠어."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은 채로 매일 일상을 체크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한 일 아닐까요. 사람들의 일상을 지킬 수 있게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이민화 감독님의 추천 작품들을 오!재미동 아카이브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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