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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및 GV

오!재미동의 상영전을 통해 여러 분과 만났던 작품들의 리뷰가 모아져 있습니다.
GV에는 보통 감독님들이 오십니다. 감독과 관객이 소규모 극장에서 만나 나눈 이야기들, 시간을 담아둔 공간 입니다.
  • [HOT! Indie Film]종로의 기적
  • 다큐멘터리  |  2010  |  0분  |  한국
  • 감독 이혁상
  • 등급 15세
  • 상영일 : 2011.07.22~2011.08.31

작품리뷰

“다큐멘터리의 인물이 보여줄 수 있는 감정의 극과 극”

- <종로의 기적(2011, 이혁상)>

  이 영화는 확실히 제목 유감이다. 기적 운운하는 것치고 정말 기적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없었다. 게다가 종로란…… (나로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제목을 빼고는 다 좋다고 호들갑을 떨 수 있을 정도로 이 영화가 주는 감흥은 매우 컸다. 이것은 수백 가지로 구분한 모든 항목들에 전부 만족한다는 분석적인 것이 아니다. 다큐멘터리가 미덕으로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요소들의 만족도가 탁월하게 클 경우, 다른 요소들의 만족도와는 무관하게 최종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란 원래 보고 나서 말이 많아지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 이 영화처럼 볼 때의 커다란 감흥에 휩싸여서 달뜬 기분으로 말을 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우선 기술적으로 매우 깔끔한 다큐멘터리이다. 워낙 다큐멘터리란 게 전개가 정해지지 않은 현장의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지라, 기술적으로 세밀한 설계를 하거나 조명과 오디오 장비를 주렁주렁 달고 다닐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카메라가 그 현장에 존재했고 사실을 포착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시절의 습성으로, 어떤 인물을 찍고 어떤 상황을 찍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에 주력하는 경향이 여전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색깔이 적절하게 잘 잡힌 화면과 느낌을 정서적으로 전달하고자 의도한 구도 등을 볼 때면 신선한 느낌이 들고 진일보한 다큐멘터리로서의 미덕으로 꼽게 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인물이 주는 감동이다. 네 인물이 각각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지만, 제한된 지면에서, 스파게티나 영수씨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인간의 삶이 보여주는 희로애락의 모든 면을 다 보여주고 있다. (아, 분노는 없군요.)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지극히 즐겁고 유쾌했으며 너무 안타깝고 슬펐다. (아, 그의 황금기가 너무 짧아서 화가 납니다.) 그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변화처럼 - 영수씨를 처음 만나러 간 카메라는 무성의했다 싶을 정도로 준비되지 않은 느낌이었지만, 점차 영수씨가 카메라 앞에서 스스럼없어진 것만큼이나, 영수씨를 담는 카메라는 그와의 거리를 좁혀가며 그의 모습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있다. - 관객은 영수씨와 점점 가까워지다가 갑작스런 그의 부재에 울어버리게 된다. 인생의 황금기를 구가하다가 그 와중에 대뜸 사라지는 것은 불행인가 행운인가?

영수씨가 친한 형들을 위해 명절 음식을 준비할 때 (외모와는 사뭇 다른) 그의 사랑스러움에 감동하게 된다. 첫사랑을 만난 후 창턱에 매달려 있는 뒷모습처럼 애잔한 순간에는 그의 등을 토닥여주고 싶다. 그의 심정을 코앞에서 느끼는 것처럼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다. (내가 느끼는 분노는 이제 좀 가깝게 느껴진다 싶은 사람이 예기치 않게 멀어진 듯한 상실감 때문일 것이다. 이쯤 되면 영수씨가 게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아니다.) 퀴어영화든 아니든 영화 속 인물에 이토록 깊이 몰두해서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고 인물의 운명에 동요하게 되는 경험은 참으로 드물었다.

지금까지 퀴어영화에 호감을 갖고 기회가 되는 대로 보아 왔던 일반에게 퀴어영화란 실상 공감보다는 공부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게이’에 방점을 찍지 않아도 충분히 인간의 깊은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 (90년대 에이즈의 공포가 극도로 확산되어 있던 시기에 동성애 파트너의 죽음을 기록한 미국 다큐멘터리 <실버레이크 라이프>도 퀴어영화의 범주로 묶을 필요 없이 아주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였다.) 이 영화에서 영수씨의 삶을 이야기할 때 게이로 시작해서 게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쾌함으로 시작해서 안타까움으로 끝났다. (이것은 ‘게이’ 감독이 아니라 게이 ‘감독’이고 싶은 첫 번째 장의 주인공 소준문 감독이 갖고 있는 숙제를 영수씨는 이 영화로서 어느 정도는 풀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이 영화의 주요 인물은 모두 다섯이다. 네 장으로 구분된 장의 각 주인공들 말고, 영화 전체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담당한 감독 자신이 다섯 번째 인물이다. 처음에는 사진으로만 등장하다가 에필로그에는 화면 정중앙에 전신을 일부러 등장시키고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감독 자신이 영화 속에 목소리만 등장할 것인가, 모습이 등장할 것인가, 등장해서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영화 전체의 성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선택이 된다. 감독은 네 명의 인물을 그저 관찰하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네 명의 인물이 보여주는 정서와 고민과 의지는 고스란히 감독의 것이기도 하며, 관찰자이기도 하며 공감하기도 하는 가교로서의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게이는 커밍아웃만으로 행복해지지 않으며, 일반이 공부한다고 이반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면에는 심드렁했던 영수씨에게서 다큐멘터리의 인물이 주는 감정의 극과 극을 모두 체험하고 나니, 이해에 필요한 결정적 계기를 만난 것 같다. 그것이 이 영화가 관객들을 사로잡는 미덕이다. (제목 유감 운운해서 미안하다.)

- 글 : 이현정 다큐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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