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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및 GV

오!재미동의 상영전을 통해 여러 분과 만났던 작품들의 리뷰가 모아져 있습니다.
GV에는 보통 감독님들이 오십니다. 감독과 관객이 소규모 극장에서 만나 나눈 이야기들, 시간을 담아둔 공간 입니다.
  • , <호수길> 리뷰
  • 다큐멘터리  |  0  |  0분  | 
  • 감독
  • 등급 전체
  • 상영일 : 2010.08.27

작품리뷰

개발과 파괴를 다루는 <take palce>와 <호수길>의 상상력


인간의 주거 환경에서 개발이란 무언가를 창조하는 행위이며, 파괴란 이미 창조된 것을 없애는 행위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마치 동물의 입과 항문처럼 매우 분명하게 구분되는 대립적인 개념이다.


<take place>는 짧은 5편의 연작이다. 그 중에서 take 3에 해당하는 “현저동 0번지”는 그 대립을 모호하게 만들어버림과 동시에, 순환의 고리 속에서 뭐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물고 물리는 관계로 만들었다. 주거지역이었으나 지금은 아닌 장소에서 주거의 잔해들을 가지고 한 남자가 집을 짓는다. 그가 지은 집은 큰 평수의 화려한 아파트가 아니라 몸 하나 누일 수 있는 정도의 공간과 눈비를 겨우 가릴 수 있는 정도의 허약한 판자떼기일 뿐이다. 인간이 사는 데 정말 필요한 만큼만 필요로 하며 살았다면 무분별하고 불필요한 창조/파괴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듯, 유유하게 그 좁고 낮은 집으로 쏙 들어간다.


창작자는 개발(만들기)과 파괴(부수기)에 대해 가능한 수많은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 논문처럼 꼼꼼하게, 소설처럼 정서적으로, 연극처럼 생생하게, 혹은 음악처럼 감동적으로 다룰 수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감독의 선택인데, <take place - 현저동 0번지>의 선택은 ‘짧게 반복하기’라고 할 수 있다. 수세기 동안에 벌어진 도시의 개발과 재개발 과정을 5분 안에 극히 압축적으로 한 남자에 의해 재현하도록 하는 것, 개발과 파괴의 순환속이 반복되다가 우리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며 자문하게 된다는 것, 생생하지도 감동적이지도 꼼꼼하지도 않지만 짧은 만큼 따끔하다.

서울에 살다보면 매년 빠짐없이 철거투쟁 뉴스를 접해야 한다. 80년대 상계동 이전에는 철거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소설이나 극영화에 기록되었고, <상계동 올림픽(88)>이후로는 독립다큐멘터리를 통해 기록되어 왔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의 투쟁을 기록하고 의미화하는 주요한 방식이었는데, 주로 투쟁 당사자인 인물들이나 투쟁 자체의 과정과 결과를 정성스럽게 담는데 치중했다. 즉 인물과 사건이 다큐멘터리가 추적하는 주된 대상이었다.

<호수길>은 주인공격인 인물이 없고 기승전결을 파악해야 하는 사건도 없다. 대신 동네가 있다. “호수길”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골목이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석구석 조근조근 동네를 돌아다니며 관찰하는 카메라가 있다.(아마도 초반부를 볼 때면 습관적으로 생기는 많은 의문을 일단 접고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무심하게 보아 넘겼던 광경들을 유심한 눈으로 지켜보게 될 때까지.)

애초에 이 작품은 인물과 사건에 관심이 없다. 중반 이후 그 동네가 응암동 철거지역임이 밝혀지고, 갑자기 의식적으로 간여하게 되는 사운드 - 포크레인 소리와 바람 소리 등 - 와 광경에 접근하며 흔들리는 카메라를 보면서 이야기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을 보게 된다.

이상하게도 나는 내가 사는 이외의 동네에만 관심이 있었다. 공권력에 의해 철거가 진행되고 철거지역의 거주민들이 고통을 겪는 것을 목격할 때, 어느 정도는 의무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마치 여름마다 태풍의 수재민을 보며 나는 태풍에 안전할 거라는 근거 없는 안도감으로 안쓰러움을 느끼는 것처럼. <호수길>을 보고 나면, 러닝타임이 적정한가 혹은 구성은 영리한가 따위의 판단을 해보려는 시도에 앞서, 내가 매일 걷는 골목의 길 이름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내가 이 동네에서 오래오래 내가 원하는 방식의 삶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 개발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것을 용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내 삶을 건들지 말라고 어떻게 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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