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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및 GV

오!재미동의 상영전을 통해 여러 분과 만났던 작품들의 리뷰가 모아져 있습니다.
GV에는 보통 감독님들이 오십니다. 감독과 관객이 소규모 극장에서 만나 나눈 이야기들, 시간을 담아둔 공간 입니다.
  • 그 자식이 대통령이 되던 날(2011, 손경화 연출)
  • 다큐멘터리  |  2011  |  0분  |  한국
  • 감독 손경화
  • 등급 전체
  • 상영일 : 2011.05.01~2011.05.31

작품리뷰

가족과 정치의 불,가,능,한 접점

- <그 자식이 대통령이 되던 날(2011, 손경화 연출)>

가족 간에 정치 토론을 시작하면, 그나마 대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사이여야 가능한 상황이지만, 정말 끝장나게 언쟁을 하다가 의절까지도 가게 된다. 남이라면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한다는 점

잖은 태도로 멀리 지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가족은 그게 되지 않는다. 의견이 첨예하게 다른 사람과 절대로 멀어질 수 없는 관계라니, 비극이다. 그러니까 가족의 연을 과감히 끊을 만큼 모진 사람이 못 된다면 가족과 정치 토론을 시작도 안 하는 게 좋다.

그런데 대학 시절 학생운동께나 했음직한 손경화 감독은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리고 연신 질문한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위하는 정권을 지지하느냐고, 왜 아버지는 가난하게 태어나서 가난하게 살았으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제대로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치를 욕하느냐고.

(여기서 “그 자식(Bastard)”은 누구를 말할까요? 헉, 지레 심장 떨려 하지 마시고 작품을 보세요. 이것은 단지 현재의 정권이 시작되던 순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거라고 기대했던 십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아니 감독의 아버지가 상급 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반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감독의 가족이 아파트로 이사하는 장면은 개인적인 가족사와 한국의 제도정치를 연결하는 굵직한 의미를 유도해 낸다. 예전에 잘 사는 아이들이 살던 바로 그 아파트에서 감독의 가족도 드디어 살게 되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중산층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성실하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게 된다는 신화가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 아닌 것이다. IMF 이후 구조조정의 여파로 감독의 아버지는 평생 해오던 생업을 잃어야 했다. 지금도 감독의 가족은 여전히 시장통 조그만 칼국수집에 온 가족의 생계를 의존해야 한다. 어쩌면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줄여주는 정권에 대한 지지를 절대 줄이지 않는다. 감독이 볼 때 이렇게 답답한 노릇이 또 없다.

정치의 신화가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라면, 한국 가족의 신화는 어떤 ‘다름’도 압도하는 천륜의 관계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감독이 아버지에게 정치적인 질문을 던지며 설득해 보려는 시도를 보여주지만, 그것이 어떤 결론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것은 작품의 제작기간 동안 가능한 일이 애시당초 아니다.) 그것보다 더 가슴에 남는 것은 아버지와 딸의 관계이다. (이 부분이 감독과 가족의 개인적인 성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고, 작품 속에서 가족과 정치의 접점이 불가능할지 아닐지를 판가름하는 것이다.)

딸인 감독은 진전된 토론으로 진입해보고자 좀 더 공격적인 태도로 아버지를 몰아붙이지 않는다. 아버지도 귀찮게 따라붙으며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딸에게 엄중히 훈계하지 않는다. 작품 초반에, 어떻게 아버지와 정치 토론을? 하며 격하게 의아해 할 법한 관객은 그 둘이 나눴을 토론의 내용보다는, 내도록 화기애애하게 유지되는 대화의 분위기에 더욱 놀라게 될 것이다. 합의는 불가능해도 합심은 가능할지 모른다. 정치토론은 밋밋했으나, 정치적인 냉소와 공격이 훼손하지 못하는 감독의 가족관계를 보여준다.

아버지는 대학 시절의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민중을 위하는 정치철학에 감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딸에게 웨딩이벤트 회사를 차리면 되겠다는 조언을 던진다. (그 장면에서 아버지의 말에 묻어 있는 여러 측면의 뉘앙스가 이 작품 전체에서 최고로 감흥을 주는 것이었다.) 비록 그가 바라는 대로의 삶을 살아주고 있지 않지만, 카메라를 들고 있는 딸의 모습이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자식” 운운하며 열을 내는 아버지를 감독이 답답해하는 만큼, 혼자 카메라 들고 다니며 뭔가를 꿍꿍 해대는 딸이 아버지에게는 답답해 보일 수 있다. 어이없는 아버지의 조언에 딸인 감독은 웃지만 그것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따지지 않는다. ‘다름’의 답답함을 공격적으로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인 것이다.

- 글 : 이현정 다큐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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