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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및 GV

오!재미동의 상영전을 통해 여러 분과 만났던 작품들의 리뷰가 모아져 있습니다.
GV에는 보통 감독님들이 오십니다. 감독과 관객이 소규모 극장에서 만나 나눈 이야기들, 시간을 담아둔 공간 입니다.
  • [오하이오! 일본]토일렛(오기가미 나오코 각본/감독, 2010)
  • 드라마  |  2010  |  109분  |  일본
  •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 등급 전체
  • 상영일 : 2011.06.01~2011.06.30

작품리뷰

“워시렛에 반댈세, 그러나 모리는 짱일세”

- <토일렛(오기가미 나오코 각본/감독, 2010)>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카모메 식당(2006)>과 <안경(2007)> 등의 영화를 통해 그녀가 가진 독특한 영화 세계를 지지하는 팬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감독이다. 그녀가 가진 독특함이란 주변적인 공간과 야망 없는 인물들과 느릿느릿한 상황들로 이루어진 시나리오에서 비롯된다. 그녀의 영화 데뷔작은 <요시노 이발관(2004)>이지만, 한국에서 처음 개봉된 것은 <카모메 식당>이다. 헬싱키라는 기묘한 장소에서 - 일본인들에게 북유럽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을 영위할 곳으로 떠올리기에 대단히 어려운, 어쩌면 가장 나중으로 밀려날, 말하자면 왜 저곳? 이라는 의문이 절로 나오는 곳임에 틀림없다 - 범상치 않은 외모와 행적을 보이는 중년 여자 세 명이 커피와 오니기리와 시나몬 롤을 만들며 살아가는 자분자분한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어 버렸다.

<토일렛>은 그녀의 최근작으로,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그녀가 고수해 온 몇 가지 특징들에 변화를 보이는 작품이다. 먼저 중(노)년의 여성들을 중심인물로 두고 멋모르는 아이나 밀려난 청년을 배치하곤 하던 인물 구성이 달라졌다. 특히 그녀가 만들어 낸 여인들의 공동체는 가족 관계가 아니라 ‘어쩌다 만나서 의기투합한’ 사이였다. 그런데 <토일렛>은 레이라는 청년을 중심으로 해서 레이가 낯설고 의문스러운 할머니를 관찰하는 이야기이고, 의기투합할 조건이 되지 못한 채 혈연이라는 이유로 묶여버린 가족을 그리고 있다. 또한 전작에서는 세상이 돌아가는 시계와는 전혀 다른 시계를 사용하는 듯 생활 리듬이 남다른 공동체를 주로 그렸다면, 이번에는 세상의 시계대로 살아가는 도시의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전작들에서는 몇 개의 단어로 요약하기 싫은, 매력적인 라이프 스타일의 면모를 마음껏 보여주자는 작정이었다면, 여기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간의 ‘소통과 이해’라고 하는 명확한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

레이는 한마디로 공부는 잘하는데 사회성은 아주 별로여서 전도유망하지 않은 청년이고 여자에게 전혀 인기 없을 타입이다. 도대체 같은 옷을 일곱 벌 사서 매일 똑같은 차림으로 다니며 프라모델을 침 흘리며 바라보는 청년이라니……. 레이는 공황장애에 시달리며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대는 골칫덩이 형이 있고, 소녀스럽지도 여성스럽지도 않은 괴짜지향의 얄밉상 여동생이 있다. 아버지는 영화 내내 언급도 되지 않고 일본인인 엄마는 영화 시작하자마자 장례식부터 치른다. 그리고 엄마가 남긴 집에서 삼남매는 역시 일본인인 할머니와 함께 살아야 하는 얄궂은 국면에 처해지게 된다. 그게 영화의 시작이다. 전혀 교류가 없다시피 했던 할머니와 어떻게 함께 살지? (사실 그들 중 할머니가 가장 노멀한 인물이고 삼남매는 괴짜들끼리 서로 네가 진짜 괴짜라며 지적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영화에서 레이는 할머니를 처치곤란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일본인 할머니는 영어를 한 마디도 구사하지 않는다. 삼남매가 구사하는 일본어는 고작 “파찬(ばあちゃん;할머니)”이 전부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경지는 쉬운 것도 아닐뿐더러 안다고 혼자 착각하기 십상이다. 모리가 할머니에게서 천 살 돈을 받아낼 때, 레이가 할머니가 만든 교자의 맛을 느낄 때, 언어가 아니어도 가능한 심정의 전달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본다. 레이가 프라모델 살 돈으로 할머니의 워시렛을 고르며 갈등하는 것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타인과의 관계에 서툴렀던 레이에게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이해의 과정을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할머니 역의 모타이 마사코 말고는 오기가미 감독의 영화에 고정이다시피 출연하는 배우들을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핀란드에서 열리는 에어 기타 대회에 관한 이야기에서 <카모메 식당>과의 연관점을 찾을 수 있다. 역시 오기가미의 영화이군, 하는 느낌. 오기가미 감독 자신이 독특한 자기 세계를 사랑하고 고집하는, 자신의 것에는 자신의 것이라는 표식을 꼭 붙이고 싶어 하는, 끊임없이 변신하기보다 자신의 패턴과 습성을 반복적으로 주장하길 원하는, 레이와 꼭 닮은 사람임이 느껴진다. 할머니의 워시렛을 고르는 레이의 모습은 강한 자아가 타자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관심을 갖고 체험해 가는 감독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은 사족. 얼마 전 도쿄에서 지하철 등의 공공장소에 절전을 촉구하는 문구들이 많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지진과 원전 파괴의 여파일 텐데, 따지고 보면 레이가 대단한 일본의 테크놀로지라고 감탄했던 워시렛은 전기를 이용한 자동화 기기가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으로 여겼던 대표 상품이다. 값싼 전기를 마음껏 쓰기 위해 원전을 짓고 그 전기로 워시렛을 쓰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일까? 레이는 앞으로 워시렛에 감탄만 하고 있지 말고 화장실에서 전기 사용을 줄일 일이며, 할머니 대신 모리의 연주에 손가락을 들어 “모리 짱!”이라고 외쳐 줄 일이다. 손수 천을 사다가 만든 롱스커트를 입고 피아노 연주를 하는 모리의 모습에 청중들이 어이없어 하는 정적의 순간을 깨주어야 한다. 그게 관계의 속성이다.)

- 글 : 이현정 다큐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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