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든 생의 길이가 있습니다. 공간 역시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걸음, 누군가의 열정, 많은 이들이 웃고 떠들며 나눈 대화가 하나 둘 쌓이며 하나의 생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시간이 저물기도 합니다. 운영 종료를 앞둔 오!재미동도 그렇습니다. 이용객들의 발걸음, 창작자들의 열정, 교육과 상영을 함께 하며 울고 웃었던 추억. 오!재미동도 하나의 생을 살아왔고, 이제 천천히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엄마에게 매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것이었다. 게다가 엄마는 죽어 가고 있지 않은가. 엄마는 자신이 죽어 가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엄마를 대신해서 나는 체념하지 않고 있었다. p.119
시몬 드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은 어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어머니를, 그리고 이 삶을 다시 이해해 가는 과정에 대한 기록입니다. 보부아르의 이 책을 많은 이들이 계속해서 들여다보는 이유는 주인공 ‘나’가 죽음을 앞둔 엄마와 화해하고 연대하는 과정으로 나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는 보부아르의 이 책을 통해 죽음을 하나의 비극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 나아가 삶에 대한 이해를 끌어낼 수 있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는 우리에게 위안을 건네주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재미동의 운영 종료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아쉬움을 표해주고 많은 이야기를 꺼내주시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과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이 어머니의 삶을 마지막에서야 새롭게 이해했듯이 우리 역시 오!재미동이라는 공간의 시간을 새롭게 곱씹어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해보며 마지막 추천도서로 오!재미동에서 『아주 편안한 죽음』을 읽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 이름은 엄마를 되살아나게 했다. 그 이름은 엄마의 생애 전체를 아우르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결혼 생활을 하던 시절을 비롯해 과부였던 시절과 관 속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마지막 시기마저도 포함되는 생에 전체 말이다. 프랑수아즈 드 보부아르. 이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자신의 이름으로 불린 적이 거의 없는, 잊힌 여인에 불과했던 엄마가 한 명의 주체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p.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