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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오!재미동 아카이브에 구비하고 있는 DVD를 특별하게 골라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년 6회에 걸쳐 매회 5편씩의 영화를 골라 추천해주는 코너!

추천 DVD

2012년 여름, 전국적으로 폭염경보가 내려질 만큼 정신이 혼미해지는 더위가 끝도 없이 계속되었다. 더위에도 ‘경보’가 가능하구나 하는 것을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하루 이틀 40도를 찍는 것보다 열흘 동안 36도를 유지하는 것이 더 견디기 힘들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이례적인 날들이었다. 그런데 사실 잠 못 이루는 열대야에 잠을 설쳤다는 기억을 압도하는 기억이 이번 여름에는 가능했다. 많은 사람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먼 곳 런던에서 날아오는 중계화면에 집중하느라 잠을 못 이루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더위를 눌러버린 이 올림픽의 기세는, 국가 대항의 스포츠 제전이 시대착오적인 국가주의를 4년마다 환기시킨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쉽게 약해지지 않을 듯 싶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스포츠란 것이 인간에게 감동을 주는 많은 요소들을 드라마틱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보며 우는 것, 그것은 금메달을 개수와 아무 상관이 없다.

역시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숙적 일본을 이기고 동메달을 딴 축구라든가 “효자종목” 운운하며 금메달을 따낸 유도, 양궁, 태권도 등의 종목에 치우치는 언론의 관심은 여전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실패”라고 불렀을 법한 일들에 더욱 큰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예를 들어, 어깨 부상으로 출전조차 무리였던 장미란 선수가 마지막 시기를 실패하고 나서 역도에 손키스를 하는 장면은 장미란이라는 한 사람과 역도라는 낯선 스포츠가 자아내는 길고 긴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또 어느새 비인기종목으로 뒷걸음질 쳐버린 탁구에서 30대 노장 선수들로 이루어진 남자 단체전의 은메달과,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오랫동안 천하무적이었던 러시아의 이신바예바 선수가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한물 간 실력으로 딴 동메달은, 나라 이름과 무관하게, 그리고 메달 색깔과 전혀 무관하게 인간의 삶에서 스포츠가 지속되어야 할 이유를 느끼게 해준다. 정말 올림픽의 구호대로 스포츠가 “좀 더 멀리, 좀 더 높이, 좀 더 빠르게”를 추구하는 것이기만 하다면 일부 엘리트 젊은이들만이 주인공이었겠지만, 스포츠는 그렇게 단촐한 차원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스포츠를 다룬 국내외 다큐멘터리 4편과 올림픽 직전에 개봉되었던 극영화 1편을 골라보았다. 스포츠를 올림픽이라는 틀로 보지 않고 인간의 삶과 사회의 내면을 조망하는 한 매개로 본다면, 세상에서 가장 폐쇄된 사회를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가난한 소년들의 성장기가 되기도 하고, 그리고 선수들만이 아니라 팬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천리마 축구단(The Games of their lives, 영국)>1966년도 제8회 월드컵대회에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면서 8강에 올랐던 북한 축구팀에 관한 영국의 다큐멘터리이다. 월드컵에서 원정 8강은 한국보다 북한이 먼저 달성했던 것이다. 감독은 그저 축구광일 뿐이고 심지어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었는데, 66년도에 먼 데서 불쑥 등장한 작은 선수들의 빠른 발놀림을 잊지 못하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그 선수들을 만나보고 싶었다고 한다. 특히 우리에게는 쉽게 가보지 못하는 평양 거리의 모습들을 그나마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작품에 주목하게 되는 요인이다. 가슴에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나타난 당시의 선수들 중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축구가 단지 승패나 가르는 것이 아니라는 거.” 축구는 그 선수들의 인생을 영웅으로 바꾸어주었고, 당시 북한이라는 정체모를 집단을 세계에 각인시켰고, 이 작품을 통해 현재에도 북한과 영국의 우호 관계에 기여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후프 드림스(Hoop Dreams, 미국)>는 농구 경기의 격렬함 못지않게 역동적으로 진행하는 두 흑인 소년의 성장기이다. 촬영 기간만도 무려 4년이 넘는다. 소년의 10대에서 4년이란 마치 아이가 어른으로 변하는 것을 압축한 마냥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시기이다. 가난한 흑인거주지역의 두 소년, 윌리엄과 아서는 농구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NBA 프로리그에 진출하게 되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삶이 바뀌고 출신 학교의 급이 달라지고 평생 주변 사람들의 자부심을 한 몸에 받게 되는 큰 영광이자 성공이다. 윌리엄과 아서가 거리에서 스카웃되어 농구 명문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된 시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는 4년 동안의 이야기이다. 한 소년은 승승장구 하지만 한 소년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런데 승승장구하던 소년은 줄곧 눈물을 보이고 고전을 면치 못하던 소년은 늘 즐거운 모습이다. 이 중에서 누가 농구를 그만 두고 누가 농구를 계속 하게 될 것인가?

<비상(飛上, 한국)>은 한국의 K-리그의 꼴찌 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2005년 시즌을 따라가며, 실패자들의 조합인 듯했던 팀이 차츰 승리를 거두게 되는 과정을 충실하게 담고 있다. 축구의 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작품 속의 해설에 귀를 기울이면 이 팀의 장외룡 감독이 구사하는 전략과 선수들의 움직임을 읽어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시즌의 흐름과 다른 측면에서 휴먼다큐멘터리 같은 터치로 주목하고 있는 주장 임중용 선수의 이야기는 꽤나 인상적이다. 자신을 쓸모없다며 방출했던 부산 현대팀과의 플레이오프전을 뛰게 된 임중용 선수는 과연 마음 깊은 곳의 응어리를 풀 수 있을까? 이 작품에는 박주영도 나오고 이천수도 나온다. 하지만 이 스타 플레이어들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다. 천덕꾸러기 같은 감독, 천덕꾸러기였던 선수들, 천덕꾸러기에 불과한 구단이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축구공은 둥글지 않은가”라는 말을 온 몸으로 증명할 때, 인천의 팬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다.

<나는 갈매기(Flying Giants, 한국)>는 이미 광적인 부산 팬들의 응원으로 유명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구단의 2009년 시즌을 담고 있다. 2001년부터 연속 4년을 최하위를 기록하다가, 손민한과 이대호라는 걸출한 선수들이 영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도 여전히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2008년에는 의욕적으로 해외파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해서 팬들에게 이기는 야구를 보여주고자 했지만, 롯데는 2009년 시즌 초반 맥 풀리는 경기를 계속하고 있다. 타 지역 사람들이 부산 홈경기를 보러 갔다가는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고 할 정도로 부산 사람들의 자이언츠 구단에 대한 애정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팀의 부진의 와중에 팬들도 힘 빠지고 선수들은 과도한 부담을 느낀다. 중간 중간 팬들의 인터뷰가 삽입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팬들은 막간 출연자가 아니라 어엿한 주인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려서부터 부모를 따라 구장을 드나들던 이 팬들은 이겨도 팬, 져도 팬인, 스포츠의 감동을 전달 받는 쪽이 아니라 감동을 만들어내는 쪽이다.

<코리아(As One, 한국)>1991년에 일본의 치바에서 열렸던 탁구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단체전 우승한 여자팀에 대한 극영화다. 분단 이후 사상 최초로 남북 단일팀(북한 쪽에서는 “유일팀”이라고 부르고 있다.)을 이루어 파란색의 한반도기를 앞세웠던 코리아팀은 “너무 막강해서 이기고 싶다는 생각은 해도 이길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당시 선수였던 현정화 선수의 인터뷰 중에서)던 중국팀을 꺾고 여자단체전 우승을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가 합쳐지면 이렇게나 강해진다는 감동 직후에는 다시 만날 기약 없는 안타까운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이후 20년이 흘러도 다시 남북 단일팀이 어느 종목에서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어쩌면 승리하는 그 순간보다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는 헤어짐의 순간이 이 영화의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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