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감독 이한주
영화 <파동>(2024) 연출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2023), <흐르다>(2023), <헌트>(2022), <그 겨울, 나는>(2022) 외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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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한주입니다. ‘오! 재미동’에서 ‘추천 DVD 5편’을 제안 받고, 수많은 영화 중에 어떤 영화를, 그리고 어떤 테마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오랜만에 여러 영화를 다시 찾아보면서 덕분에 저 자신을 돌아보고, ‘나의 일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구나’를 느끼는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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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서 상상 속 누군가를 연기로 표현하는 배우의 일로, 그리고 때로는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일로, 영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정말 소중하고 귀한 직업인 것을 많이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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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달려가지 못하는 불안정한 저 자신을 돌아보며 과거엔 그런 제가 초라하게 느껴져 매일 같이 고민하고 방황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시간이 저에게 창작의 좋은 자양분이 되어 어떤 방식으로든 마음껏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타인보다 저를 더 사랑하는 방법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정말 힘들었던 순간들과 직면하곤 했었는데요. 소개해 드리고 싶은 영화들 또한 그 시기를 지나는 제게 많은 위로와 질문을 던진 영화들입니다. 시대의 이야기부터 가족, 그리고 스포츠까지, 소통의 부재로 인해 벌어지는 관계에 대한 영화들입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불필요한 사회의 혼란과 더불어 상실의 아픔이 건강한 소통으로 잘 해결되어, 올해는 꼭, 보다 희망이 보이는 시대를 맞이하길 기대하며 ‘소통의 공간’이라는 테마로 5편의 영화들을 골라봤습니다.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것에 열린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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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스토리
드라마 | 대만 | 119분 | 1985
감독 에드워드 양
출연 허우 샤오시엔, 채금
Archive No.I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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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소개해 드릴 영화는 “에드워드 양” 감독님의 <타이페이 스토리> 입니다. 영화 <하나 그리고 둘> 역시 감독님의 대표작이지만, <타이페이 스토리> 또한 혼란스러운 사회적 시기에 놓인 지금, 여러 의미로 필요한 영화이지 않겠냐는 생각에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타이페이 스토리>는 흘러가는 과거에 안주하며 방직공장을 운영하는 ‘아룽’ 과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타는 자유로운 사고의 커리어우먼 ‘수첸’ 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다른 꿈을 꿉니다. 영화는 개인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성으로 인해 점차 멀어지고 무너지는 두 사람의 관계를 비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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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은 1949년부터 약 38년간 이어진 대만의 비상계엄 해제를 앞둔 시기로, 정치적 억압과 민주화운동이 공존하던 혼란의 시기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시대적 전환기를 살아가는 타이페이 시민들, 특히 청춘들의 소외와 혼란을 반영하고 있는데요. 주인공들의 갈등은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정체성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단절된 소통, 개인의 외로움. 특히 화려하면서도 차가운 회색빛의 도시나 아스팔트, 광고판 같은 것들로, 급변하는 시대에 놓인 인물들의 삶의 단절감을 감독님만의 현실적이고 정제된 분위기로 깊게 스며들게 합니다. 이러한 연출은 마치 작품 속 인물들과 교류하면서 그 시대상을 체험하는 것 같은 놀라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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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아룽과 수첸이 함께 살게 될 아파트의 빈 공간을 보여주는 쇼트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은 수첸이 다시 일하게 될 거대한 사무실의 빈 공간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빈 공간으로 시작해서 빈 공간으로 끝나는 수미상관의 구조는 그만큼 영화가 공간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룽과 수첸은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이 공간을 채워 넣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늘 그들을 좌절시키곤 하죠. 미래에 대한 불안과 시대의 혼란은 현대사회의 꼬리표 같은 것입니다. 특히, 수첸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유독 건물들과 연관이 깊어 보입니다. 수첸이 보는 도시의 네온사인은 아름답게 빛을 내지만 그 안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음을 보여주죠. 결국 도시의 삭막한 공기 속 수첸은 눈을 감아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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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공기 중을 떠다니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고, 사회는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급속도로 발전하여 불편함보단 편리함을, 양보보단 이기심을 추구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지금. 경쟁 속에서 조금만 뒤처지면 낙오자가 된 것 같은 패배감이 우리를 어둠 속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1979년부터 2025년까지 46년이 지난 지금도, 또다시 반복되는, 없어도 될 이 혼란을 초래한 여러 상황과 이기심을 보고 겪으며 화려하게 빛나는 광고판 외엔 여전히 변한 것이 없구나 하는 박탈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것이 진정으로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은 이야기인지, 두 주인공처럼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꿈꿔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회피하고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직면하고 인정하는 소통부터 성장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통은 인간에겐 존재의 이유이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다만, 이기적 소통이 아닌 진정성 있는 소통의 사회가 되길 기대하며 <타이페이 스토리>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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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드라마 | 프랑스, 이탈리아 | 130분 | 2013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
출연 베레니스 베조, 타하르 라힘
Archive No.I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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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주의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님의 작품들 중, 이번 주제에 좀 더 가깝게 느껴지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는 서로가 얽히고설키는 관계 속에서 소통보다는 각자의 억측, 자기 합리화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기심, 눈에 보이는 죄만이 죄가 아님을, 이런 복합적인 감정과 생각을 완벽한 각본과 매력적인 플롯, 연출력으로 각 인물의 심리를 아주 세밀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또한 누구 하나 빠짐없이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해낸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앙상블로 극의 긴장감을 끌고 가죠. 특히, ‘마리’ 역을 맡은 베레니스 베조는 이 역할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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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아마드’ 는 아내 ‘마리’와의 이혼을 마무리 짓기 위해 4년 만에 프랑스로 돌아오게 됩니다. 마리는 ‘사미르’와 재혼을 앞두고 있으며, 아마드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명의 딸을 키우고 있죠. 아마드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지만, 오랜만에 만난 마리에게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음을 느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혼 조정 과정에서 아마드는 사미르의 전 부인이 혼수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딸 ‘루시’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죠. 영화는 묻혀있던 비밀들과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다시 떠오르게 되면서 긴장감을 빠르게 고조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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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영화의 첫 오프닝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리가 아마드의 마중을 위해 공항으로 가게 되고, 두 사람은 재회하게 됩니다. 하지만 유리를 사이에 두고 하는 대화는 관객들과도 단절시킵니다. 둘은 비를 맞으며 겨우 주차된 차로 오게 되지만 여전히 어긋남을 계속 내비치고 있습니다. 마리가 차를 후진하려다 결국 사고를 내게 되고 영화의 타이틀이 뜨게 되는데, 소통의 단절과 부정하던 과거로부터의 기억을 정말 탁월하게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라 생각합니다. 또한 마리가 페인트칠하는 모습을 비롯한 여러 디테일한 오브제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끊임없이 표현하죠. 사미르의 부인의 혼수상태를 두고, 그것이 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졌을 때, 사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이들의 잘못으로 추측이 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뒤엉켜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인지, 판단할 수 없는 혼란스러움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각 인물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윤리적 딜레마 또한 직면하게 됩니다. 과거의 결정이 우리에게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도 빠짐없이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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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집이라는 혼돈의 공간 속에서 가족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벗어 던지고, 그 위에 자리 잡은 개인의 이기심과 딜레마에 영화는 집중하죠. 진정한 용기는 자기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서 나온다고 합니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선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사미르가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과거는 잊자’라는 말에 마리는 ‘가능할까?’라고 답합니다. 과거의 과오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늦더라도 출발선에 설 수 있는 우리가 되길 기대하며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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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스토리
판타지 | 미국 | 92분 | 2017
감독 데이빗 로워리
출연 루니 마라, 케이시 에플렉
Archive No.I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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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스트 스토리>는 누군가를 잃은 상실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를, 집이라는 공간과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아주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집’이라는 공간은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죽음이 남긴 상실의 아픔을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함께 지냈던 흔적 들은, 남아 있는 이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들죠. M과 고스트는 이 공간에서 기이하면서도 가슴 아픈 또 다른 차원의 삶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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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C와 연인 M은 조용하지만 단란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C는 세상을 떠나게 되고,
M은 홀로 남아 무거운 슬픔에 잠기게 되죠.
그러다 창백한 병원 영안실에서 C는 고스트가 되어 다시 돌아갑니다.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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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롱테이크 장면들이 많습니다. 특히, M이 초콜릿 파이를 먹는 모습은 기억에 아주 오랫동안 남는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특별한 영화적 장치나, 기법이 아닌, 인물이 단순히 파이를 먹는 장면을 이토록 오랫동안 보여주어 관객들과 인물이 교감하는 순간을 탁월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M의 역할을 맡은 루니 마라의 섬세한 연기는, 슬픔을 넘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이곳을 떠나는 모습에 위로와 공감을 전합니다. 이 영화는 사랑과 상실, 시간의 영속성, 삶과 죽음과 같은 주제들에 대해 고찰하게 만듭니다. 인물을 통해 많은 대사를 담고 있지 않지만, 공허하면서도 매력적인 미장센은 M과 고스트의 강력한 소통의 창구가 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스토리텔링과 배우들의 호연 역시 영화가 끝나고, 깊은 여운과 여러 이야기의 주제들을 던질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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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소나타
드라마 | 일본,네덜란드 | 119분 | 2009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출연 카가와 테루유키, 코이즈미 쿄코
Archive No.I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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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로 소개해 드릴 영화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의 <도쿄 소나타>입니다. 영화는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풍족하지도 않은 일본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들은 각자가 가진 비밀이 있습니다. 며칠 전 실직을 당해 거리를 배회하는 아빠, 늘 외로움 속 허공에 손을 뻗는 엄마, 느닷없이 미군에 지원한 형,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피아노를 보며 남몰래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켄지까지. 어째서인지 서로에게 사실을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모두가 거짓말쟁이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이 가족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아주 천천히 이해하고 다가가게 됩니다.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두고, 경제적 능력이나, 학벌, 사회적 위치. 이런 것들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이 영화는 정말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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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본 사회가 가진 냉소적인 개인주의적 태도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느끼는 패배 의식 등, 가족의 모습을 띤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담겨 있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켄지의 입장에서, 때로는 형 타카시의 입장에서 지내온 어린 시절들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사업을 하시던 저희 아버지도 IMF라는 시기를 겪으며 저의 가족들도 늘 불안정한 시기를 겪었던 적이 있습니다. 켄지가 피아노를 발견했던 것처럼, 저에게 어린 시절 영화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비디오 가게에서 빌린 영화를 보며 주인공이 위기를 헤쳐 나가 결국 승리하고 주변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며 저도 늘 잠들기 전 상상하고 동경하곤 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이렇게 영화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이란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라는 말이 있는데, 집이라는 한 공간 안에서 함께 밥을 먹고, TV를 보며, 끝내 몸을 뉘어 잠을 청하지만 이 가족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 상실되었습니다. 바로 ‘소통’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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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영화의 엔딩 장면에 진심으로 압도되어 끝나고서도 한참을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저에게는 최고의 엔딩이었습니다. 소통의 부재가 이 가족의 균열을 어떻게 이끄는지, 그리고 끝내 켄지의 피아노가 가족에게 어떻게 위로와 또 다른 시작의 선율로 전달되는지, <도쿄 소나타>를 통해 지금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 시기에 그럼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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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드라마 | 미국 | 133분 | 2011
감독 베넷 밀러
출연 브래드 피트, 조나 힐
Archive No.I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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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리고 싶은 작품은 ‘베넷 밀러’ 감독님의 <머니 볼>입니다. 영화 <머니 볼>은 마이클 루이스가 쓴 책 <머니 볼>을 원작으로, 실제 인물인 단장 ‘빌리 빈’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이야기를 극화한 영화입니다. 실제 있었던 인물의 이야기인 만큼 영화는 굉장히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부분들을 채우며, 알지 못했던 부분까지 경험하게 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빌리 빈 같은 단장이, 그런 리더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영화 <머니 볼>을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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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빈’은 과거 특급 유망주 선수였지만, 결국 실패한 선수로 은퇴하게 되어 프론트를 거쳐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까지 오르게 됩니다.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 그나마 실력 있는 선수들은 돈이 없어 다른 구단에 뺏기기 일수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빌리 빈은 관습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경제학을 전공한 ‘피터’를 영입하게 되면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어둠에서 빛으로 이끄는 스포츠 드라마가 아니라, 세대의 간극과 소통, 리더십과 혁신, 그 끝에 결국 한계에 도전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패한 자신의 과거를 인정하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려는 태도에는 그 일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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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빈은 고집스러운 전통적 방식을 과감히 던지고 선수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불러 모으기 시작합니다. 빌리 빈 또한 ‘왜?’라는 질문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지만 끝내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죠. 하지만 기존의 관행을 거스르는 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내부와 외부의 현실적인 압박 또한 무시할 순 없었습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기득권자들의 입장에서 빌리 빈은 눈엣가시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용기 내죠. 그 과정에서 빌리 빈을 믿어주는 한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두 명이 되고, 세 명이 되어 어느덧 진정한 공동체의 의미를 담은 팀을 이룹니다. <머니 볼>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승리하는 것에 결코 중점을 두지 않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나의 가능성을 믿고, 불편함을 건강한 소통으로 변화시켜주는 한 사람만 있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삶과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입니다. 베넷 밀러 감독님의 또 다른 작품 <폭스캐처> 역시 인물의 아주 깊고 불편한 내면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지독한 명작이니 이 작품도 꼭 함께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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