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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및 GV

오!재미동의 상영전을 통해 여러 분과 만났던 작품들의 리뷰가 모아져 있습니다.
GV에는 보통 감독님들이 오십니다. 감독과 관객이 소규모 극장에서 만나 나눈 이야기들, 시간을 담아둔 공간 입니다.
  • 2010.05. 개청춘
  • 다큐멘터리  |  0  |  0분  | 
  • 감독
  • 등급 전체
  • 상영일 : 2010.05.22

작품리뷰

“개-” 접두사의 의외로 얌전한 용법, <개청춘>


 무라카미 류가 쓴 어느 소설에서 중학생이던 주인공이 이렇게 말한다. 현재 일본에는 모든 것이 다 있다고, 희망만 빼고. 나는 깜짝 놀랐다. 이 녀석, 무지하니 똑똑하잖아!


 어느 겨울날 대학가를 걷는데, 포멀한 수트나 투피스로 차려 입은 젊은이들과 부모뻘의 어른들이 한 세트로 몰려다니는 광경을 많이 목격할 수 있었다. 바로 대학 졸업식이 있었던 것이다. 대학 학사모를 하늘 높이 던져 올리며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 희망으로 가득 찬 청춘을 표현하기에 그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중요한 한 순간을 맞아 잔뜩 멋부려 입은 그 청춘들이 앞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한 자리 차지하며 살아갈 일에 가슴 설레며 기뻐하고 있을까? 희망에 들떠 세상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며 턱을 치켜들 수 있을까? 희망 없는 지금 시대는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할 젊은 사람들에게 가혹한 시대다.


 사실 대개 청춘을 말하는 것은 청춘들이 아니다. 이름도 민망스럽게 ‘88만원 세대’라는 진단이나 어떤 식으로든 저항의 태도를 촉구하는 말은 모두 청춘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다 마땅찮다며 스스로 말해보겠다는 시도로 기획된 책이 근간에 여러 권 나왔다. 그리고 세 명의 20대 감독들에 의해서 다큐멘터리 <개청춘>이 만들어졌다.


 개지랄, 개수작, 개기름, 개망나니 등, “개-”를 접두사로 하는 단어들은 하나같이 저급해진다. 그리고 요즘 보다 확장된 용법으로 “개토론을 벌였다”느니, “개창피를 당했다”느니 하는 말이 십대들의 비속어처럼 쓰이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럴 때는 반드시 접두사에 악센트를 주어야 한다. 종합하자면, 저급하고 너저분하지만 뭔가 격렬한 것을 함유하고 있는 의미로 “개-” 접두사의 용법을 정리해 볼 수 있다.


 <개청춘>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나는 시급 4천원이거나 취업예비생이거나 비정규직이거나, 부모에게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지 못하고 연애도 때깔 좋게 할 수 없는, 개 같은 청춘들이 개판치는 이야기를 기대했다. 비록 한없이 주관적인 기대에 불과하지만, 강렬한 제목만으로도 기대치가 생기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그에 화답해주길 바랬다. 그리고 감독 3인 중 한 명이 초반에 “청춘이 이상한 게 아니라 사회가 이상한 거다”라고 얘기를 했을 때도 그에 대한 믿음이 다졌다.


 그런데 의외로 <개청춘>은 얌전하고 건전한 버전의 세대보고서다. 얌전하고 건전해서 나쁠 건 없지만 적어도 내 기대와는 많이 어긋나서 아쉬웠다. 어쩌면 내가 청춘도 아니면서 개판을 쳐보고 싶은 마음으로 피끓는 청춘들에 대리만족 하고 싶었나 보다. (청춘이든 청춘이 아니든 개판치고 싶어지는 사회라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었기에 이 모양인가.)


 이 작품에는 간헐적으로 얼굴을 비추는 - 감독도 퍽퍽하게 살아가는 동세대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말고는 작품 안에서 뚜렷한 역할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 감독들 외에 주요 인물로 3명이 나온다. 특히 건전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삶을 일구는 두 명의 여성은, 힘들어 보이긴 하지만, 결코 걱정스럽지는 않다. 고졸의 한계를 극복해보려고 야간대학에 진학하거나 청년 네트워크를 만들어 지역 활동을 하는 모습들은 탈시대적으로도 보인다. 이 인물들을 다루기로 선택한 것으로 미루어 보건데, 감독들은 작품으로 개판 칠 의도가 없었음이 짐작된다.


 그런데 한 명의 남성은 솔직히 걱정스럽다. 가장 시대적인 특징을 안고 있으면서 가장 희망이 없어 보인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가장 개청춘스럽다는 의미다. 에라이, 하면서 개판 칠 가능성도 가장 커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주목하고 싶어진다. 스스로 “한국 대표 패배자”라고 말하면서도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욕구가 있다. 만일 개청춘 후속 프로젝트를 기획한다면 이 친구와 ‘고통을 즐기는 모임’에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 권하고 싶다.


 서두에 말한 무지하니 똑똑한 중학생은 인터넷을 통해 공감하는 다른 중학생들을 모은 후 집단적으로 가출을 해서 홋카이도에 자신들만의 국가를 세운다. 드럽게 똑똑한 녀석이다. 이럴 때 “개똑똑하다”라고 말하면 된다. 환상적인 개판이다.

글 - 이현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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