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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및 GV

오!재미동의 상영전을 통해 여러 분과 만났던 작품들의 리뷰가 모아져 있습니다.
GV에는 보통 감독님들이 오십니다. 감독과 관객이 소규모 극장에서 만나 나눈 이야기들, 시간을 담아둔 공간 입니다.
  • 버려진 것들은 두렵다 - <혜화, 동>
  • 드라마  |  0  |  0분  | 
  • 감독 민용근
  • 등급 15세
  • 상영일 : 2011.03.19~2011.03.31

작품리뷰

 

버려진 것들은 두렵다 - <혜화, 동(2010, 민용근 감독)>



어느 잡지에서 공들여 찍은 사진 한 장을 보다가 문득, 그 잡지의 편집장도 그 기사의 에디터도 그 사진에 등장한 사람도 의도하지 않았을, 순간적이며 지속적인 두려움이 느껴졌다. 탁자 위에 올라앉은 발이 바닥에서 삼십 센티미터는 떨어져 있다. 탁자는 허술해 보이고 올라앉은 남자는 땅으로 내려올 수 없을 것 같다. 순간적이라 함은 그 느낌에 감각으로 반응한 것이 순간이라는 뜻이며, 지속적이라 함은 그 느낌을 모르는 척 없는 척 할 수는 있지만, 모르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사실 그 사진은 신진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따뜻한 느낌으로 꾸미고 싶었다는 집의 한 장면이다. 이런, 따뜻하자는데 겁난다고 딴 소리다.

<혜화, 동>, “버려진 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추운 겨울 방치된 빈 철거촌을 헤매고 다니는 개들과 혜화는 ‘버려진 것들’이다. 정확하게는 엄마로부터 버려졌다. 혜화도, 혜화네 집 개 혜수의 새끼들도, 동물병원의 꼬마도, 엄마 없음, 엄마 모름, 엄마 다름, 그리고 엄마 찾음 등 ‘엄마’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단단히 묶여 있다. 추워 죽겠고 황량해 죽겠다. 개는 탈장되어 도망 다니고, 혜화는 마음이 딱딱해져서 감정을 외면한다. 따뜻하게…… 희망 운운 하지는 않겠지?

개인적으로 개들(혹은 사람과 가까운 동물들)의 모습에서 인간관계나 불행의 이미지를 중첩시키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낳은 엄마를 찾는 것은 사람일 뿐이고 개들은 먹을 것을 찾을 뿐이다. 그러나 혜화가 애틋하다. 혜화가 유기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자기 연민의 투사가 아니라 자기 처지의 직시라는 생각으로 조금은 삐딱한 마음을 풀고 혜화를 바라본다. (게다가 혜화역의 배우는 잦은 클로우즈업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힘겨워 하지 않고 더욱 그 얼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작품의 일등공신이다.)

버려진 것들은 곧잘 ‘버려졌다’는 경험이 자기 인생을 왜곡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혜화는 밖에서 낳아 들어온 딸임에도 불구하고 명랑한 십대인 듯 굴었고, 출산과 입양이라는 굴곡을 겪은 후 사랑에 초연한 것처럼 굴었다. 십대의 혜화는 어색했고 이십대의 혜화는 솔직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혜화가 애틋한 이유는 결국 두려움을 토로해서다.

사람들은 두려워도 두렵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혜화가 유기견을 어루만지고 버린 아이를 보고 싶어 하고 우는 한수에 매정하지 못하다고 해서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영화는 버려진 것들이 느끼는 두려움에 대한 고백이며, 그 두려움에 불현듯 직면한 딜레마의 한 고개이다.

<혜화, 동>의 영어 제목은 "Re-encounter"이다. re-encounter란 단순히 “다시 조우하다”라는 의미도 있고, “비우호적인 방식으로 조우하다”라는 의미도 있다. 한국어 제목과 영어 제목을 조합하면 혜화와 아이(童)가 다시 조우하는 것의 딜레마가 느껴진다. 엄마와 아이의 첫 번째 조우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벅찬 감동의 순간이다. 그러나 어떤 단절의 시간 후에는 재-조우가 우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혜화는 나연이를 만나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고 들킬까봐 마음 졸여야 하고 끝내 범죄적인 상황을 유발하게 된다. 만나자니 원하지 않는 방식이 되어가고, 안 만나자니 눈을 질끈 감을 수가 없다. 높은 탁자에서 뛰어 내리자니 발목이 삐겠고, 그냥 앉아 있자니 탁자가 부서지겠다.

(그런데 이 두려움은 어찌 보면 허구적이다. 혜화는 자기 아이를 알아보지는 못하지만 혜수의 새끼는 알아보는데, 무조건적인 것으로 신화화하는 것은 필연성에 대한 질문을 차단한다. 가족이란 게 그렇다. 가족에서 소외된 처지가, 버려졌다는 처지가 두려움의 이유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런데 두려움이란 게 또 그렇다. 그 원초적인 감정을 의존할 무엇이 필요하고 가족이 거기에 선택된 것이다. 그러니까 가족이란 게 딜레마인 것이다.)

버려진 것들은 두려움을 느낀다지만, 견딜 수 있다.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말고, 혜화, 뒤에서 불러도 두려움을 잊겠다고 후진하지 말아줘!!

- 글 : 이현정 다큐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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